종교지도자 대학 반토막? 신학교 ‘빨간불’ “신앙 본질 훼손될라”

입력 2025-08-28 16:58 수정 2025-08-28 21:19
장로회신학대 전경. 국민일보 DB

교육부가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법인 지정 고시’ 개정에 나서면서 신학대 및 종교계 대학 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개정안 시행으로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 지위를 잃는 신학대와 신학대학원대는 정관 정비·이사회 구성 변경 등이 불가피하다. 기독 사학들은 “신학 교육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공동 대응을 예고했다.

28일 교육부가 행정 예고한 지정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은 11곳에서 6곳으로, 대학원대학은 9곳에서 5곳으로 각각 축소된다. 이에 따라 전체 지정 학교법인은 21개에서 11개로 줄어든다.

개정안을 보면 교계에서는 서울장신대, 영남신학대, 장로회신학대, 총신대, 침례신학대, 한일장신대 등 기존 명단에 포함돼 있던 주요 교단 신학교들이 제외됐다. 감리교신학대와 대전신학대는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에 포함됐으며 구세군사관대학원대와 합동신학대학원대는 신규 지정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은 2008년 이후 달라진 대학 현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라 ‘순수 종교지도자 양성’ 목적을 가진 법인만 남기는 게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행 시행령은 정관에 종교단체와의 관계 및 목적을 명확히 규정하고, 해당 단체의 의식·교육을 담당할 지도자 양성을 위해 설립된 경우만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한다.

기존 현행안. 교육부 캡쳐

개정안의 구체적 기준은 한국교육개발원(KEDI) 분류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학생 정원이 100% 종교지도자 양성 학과로만 구성돼야 한다”며 “기독교교육학과 교회음악학과 사회복지학과 등 교육과정이 일반 계열로 분류된 학과가 포함되면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으로 지정될 경우 개방이사 추천위원회에서 해당 종교단체(총회)가 이사의 절반을 추천할 수 있다. 교계는 이 제도가 신학교의 정체성을 지키는 장치라고 본다. 하지만 지정에서 제외되면 대학평의원회 등 일반 절차에 따라 이사 추천이 이뤄지게 돼 외부 인사나 이단 관계자가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부는 교육부는 “정관 선택에 따라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할 수 있고, 대학 정관에 맞춰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부는 그러면서 이번 고시 개정이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대학 기본역량진단 등 정부 재정지원·평가와 직접 연동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계는 지정에서 제외될 경우 신학대학이 일반 대학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게 돼 장기적으로는 취업률·민원 등 불리한 지표 적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운용 장신대 총장은 “우리 교단 7개 신학교 가운데 대전신학대만 남고 장신대를 비롯한 주요 신학교들이 대거 빠졌다”며 “기독교교육학과와 교회음악학과가 각각 사범계열·예체능계열로 분류돼 ‘순수 종교지도자 양성’에서 배제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교사 자격증을 배출하는 기독교교육학과나 예배 사역을 담당하는 교회음악학과 역시 신학교 정체성에 속하는데도 일반 학과로 분류해 제외하는 것은 문제”라며 “예배와 세례 요건 같은 신학교의 기본 정체성도 학생 민원이나 인권 문제 제기로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신대 법인이사장 화종부 목사도 “직원 채용과 신입생 선발에서 ‘건강한 기독교 신앙’을 확인해왔는데, 지정에서 빠지면 이 요건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고시 지정과는 무관하며 개방 이사 추천위원회 구성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5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행은 고시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적용된다. 교계는 즉각 비상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김 총장은 “학교 이사장과 총장 건의서를 마련하고, 예장통합 총회와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한국교회총연합 등과도 협의해 공동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규 이현성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