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검정고무신의 출판사가 원작의 창작자 고(故) 이우영씨의 유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유족 측이 약 7400만원을 출판사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던 1심과 달리 출판사 쪽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김우진)는 28일 장진혁 형설퍼블리싱 대표과 형설앤 등이 이 작가의 동생 이우영 작가 등 유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족이 제기한 반소(저작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에서는 장 대표와 형설앤이 공동해 이씨 유족에게 약 4000만원에 지연손해금을 더한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씨 유족 측은 1심에서 출판사가 이 작가에게 수익 내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수익을 적절히 분배할 의무를 해태했다는 판단이 나오자 2심에서는 분배받지 못한 수익을 돌려달라는 내용을 새롭게 청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출판사와 이 작가 사이의 기존 사업권 계약도 유효하지 않다며 “형설앤은 ‘검정고무신’ 각 캐릭터를 표시한 창작물 등을 생산·판매·반포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형설앤은 2007년 검정고무신 작가들과 “검정고무신 원저작물 및 여기에 파생된 모든 2차적 저작권을 형설이 갖고, 수익은 협의해 배분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형설앤 측이 수익의 55.2%를 갖고, 나머지를 스토리 작가와 이 작가 등이 나눠 갖는 구조였다. 계약에 따라 이 작가가 창작한 검정고무신의 캐릭터의 공동저작자에 장 대표 역시 포함됐다.
이 작가는 이후 형설이 캐릭터 사업의 수익 배분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며 어려움을 주변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 측은 2019년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그동안 ‘검정고무신’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책을 허락받지 않고 그렸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이 작가도 2020년 반소(저작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를 제기하며 대응했다. 재판이 진행되던 중이던 2023년 3월 이우영 작가는 세상을 떠났다.
1심은 검정고무신 사업권 계약 효력이 더는 존재하지 않고 형설앤이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계약이 유효했던 기간에 이뤄졌던 이 작가 측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약 74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