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3년, 사건 73% 여전히 ‘수사 중’…벌금은 고작 7000만원대<입법조사처>

입력 2025-08-28 16:30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법 위반 사망 사고 10건 중 7건은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입법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 지연 비율은 일반 사건의 최대 5배에 달하고, 재판에 넘겨진 뒤 무죄 비율은 일반 사건의 3배 이상, 집행유예 비율은 2.3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입법조사처가 중대재해처벌법 전체 사건(125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73%가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 사건 상당수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평균 벌금은 7000만원대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가운데 6개월 초과 처리 비율은 50~56.8%, 무죄 비율은 10.7%로 집계됐다. 일반 형사 사건 무죄 비율(3.1%)의 3배로 수사 속도와 처벌 수준에 문제가 있다는 게 입법조사처 견해다.

집행유예율은 85.7%로 일반 형사 사건 집행유예율(36.5%)의 2.3배였다. 유죄 판결을 받은 49건 가운데 징역형이 선고된 47건의 형량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으로, 평균 1년 1개월이었다. 입법조사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하고 있는 하한선(1년 이상)에 근접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벌금이 부과된 50개 법인 중에서 극히 예외적인 사례로 20억원을 부과받은 1건을 제외하면, 평균 728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입법조사처는 산업재해 감소 여부, 책임자 처벌의 적정성, 작업 환경 변화 여부, 안전보건 인식 수준 변화 등 4가지를 통해 입법 목적인 ‘중대산업재해 예방’ 효과가 있는지를 따져봤다.

산업재해 측면에서는 입법 3년이 지난 현재 시점까지 산업재해 전반, 사업장 규모별(50인 이상, 5인 이상~49인 미만, 4인 이하)로 재해자 수는 여전히 늘고 있으며 사망자 수는 변함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책임자 처벌에서는 ‘수사 지연’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이는 높은 무죄율과 집행유예율과 함께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입법조사처는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6개월을 초과 처리한 비율이 고용노동부와 검찰 각각 50%, 56.8%로 높았다.

현행 법 규정을 보완할 수 있는 시행령 및 관련 규정 정비와 ‘수사 중’ 사건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법조사처는 별도 수사기관으로 ‘중대재해 합동수사단’(가칭)을 한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형사적 처벌 외에 구체적인 경제적 제재 방안으로 매출액 이익 연동 벌금제, 재산 비례 벌금제 등 제시했다.

이관후 입법조사처장은 기자회견에서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어도 평균 벌금 7000만원대라는 현실은 입법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에 대단히 미흡하다”며 “현재까지 누적된 수사 중 사건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검찰, 경찰, 고용노동부가 협업하는 중대재해처벌법 합동수사단 설치와 같은 조치를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