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안녕, 디지털 환영 “교단 정기총회 변신”

입력 2025-08-28 14:49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한 총대가 지난해 열린 제109회 정기총회에서 총회 보고서를 노트북을 통해 PDF 파일로 보고 있다. 국민일보DB

주요 교단 정기총회 때 배포되는 회의 자료와 각종 보고서 등을 합치면 보통 1500쪽 정도 된다.

총대를 비롯해 총회 직원과 산하 기관 관계자, 취재진 등 어림잡아 2000명에게 회의 자료를 나눠 준다고 하면 A4 용지 150만장이 필요하다. 용지 한 장 무게가 5g인 걸 고려하면 총회 한 번 하는데 최소 7.5t의 종이를 사용하는 셈이다.

종이 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총회들의 노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확산하고 있다. ‘녹색 총회’로의 전환과 함께 전자 투표를 채택하며 회의 효율성을 높이는 총회도 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최대 17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를 PDF 파일로 전환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가 올해도 종이 자료집 대신 PDF 파일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파일은 다음 달 22일 개회하는 110회 정기총회 전 총회 홈페이지에 사전 공개해 총대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물론 회무 중 긴급히 발생하는 중요 보고나 결정 사항, 현장 청원 사항 등에 한해 최소한 종이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예장합동 총회는 2019년 9월 열렸던 104회 정기총회 때 한차례 도입한 뒤 중단했던 전자투표를 다시 도입한다. 총회는 의사정족수 확인이나 빠른 선거와 결과 확인에 전자투표가 유용하다고 판단해 재도입을 결정했다.

적지 않은 교단들이 ‘페이퍼리스(종이 없는) 총회’를 지향한 건 2023년부터다.

예장통합 총회는 이미 2년째 총회 결과를 다룬 보고서와 총회 회의자료를 PDF로 제공한다. 다음 달 110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총대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PDF 회의 자료를 발송할 예정이다. 총대들은 QR코드를 통해서도 회의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도 비슷한 시기부터 PDF 회의자료를 총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미국장로교(PCUSA) 총대들이 지난해 미국 유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된 총회에서 노트북 등 각종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해외 교단들은 오래전부터 ‘친환경·디지털 총회’를 실현해 왔다.

지난해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미국장로교(PCUSA) 226차 정기총회에서는 일부 총대들이 가져온 총회 헌법이나 규정집 외엔 종이를 보기 어려웠다. 총회는 456명 총대에게 사전에 PDF 회의자료를 제공했고 총대들은 개인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통해 자료를 보면서 회의에 참여했다. 선거와 찬반 표결도 모두 전자 투표 방식으로 진행했다. 총회는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총회 전 온라인·대면 미팅을 열어 스마트 기기 활용법 교육도 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