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과도한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에 대해 “선생님들에게 할 수 있는 일만 요구하자”며 이례적으로 날선 목소리를 냈다.
김 교육감은 지난 5월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4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사안과 관련해 28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교권보호 정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육감은 “어떤 학교에선 이메일로만 교사와 상담하고, 이웃나라들은 학부모가 사소한 문제로 교사를 찾지 않는다”며 “‘약 먹여 달라’ ‘등교가 늦겠다’는 등 등교하지 않은 학생에 대한 일로 교사들을 찾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부탁을 꼭 하고 싶다”며 “학부모들은 학부모가 해야 할 일과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 요청하고, 교사들은 아프면 꼭 교육청에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제주도교육청은 교권 보호를 위해 크게 2가지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사전 예방 체계 구축과 특이 민원시 대응 방안이다.
우선 도교육청은 교사가 학부모나 학생 민원에 시달리지 않도록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현재 제주 중등 교사의 60~70%가 개인 전화번호를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교육청은 050으로 시작하는 교원안심번호서비스 지원 유형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학교 방문 사전예약제를 강화하고, 기존에 여러 경로로 제기돼 온 학교의 모든 민원을 학교 대표전화나 학교 누리집 등 공식 창구를 통해서만 받도록 했다.
일선 학교에 대해 민원 상담 공간 조성을 지원하고, 학생을 격리해 지도하는 교사에게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에게는 법률 지원도 현실화된다. 도교육청은 이미 발생한 특이 민원으로 교사가 경찰이나 검찰 수사를 받을 경우 변호사 동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제주지방변호사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권역별로 2~3명의 전담 변호사를 확보했다. 비용은 도교육청이 지원한다.
또 제주시교육지원청과 서귀포시교육지원청에 설치된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의 교사 비율을 기존 18%에서 20%로 소폭 상향한다.
교육청 통합민원팀에 특이 민원 전담 전문가를 추가로 구성하고, 사안 발생시 변호사가 즉시 학교를 방문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처벌법이 교사들의 교육 활동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와 교육부 등을 통해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나갈 계획이다.
김광수 교육감은 “지난 5월 안타까운 사고 이후 우리 교육청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해왔다”며 “이번 정책이 교육공동체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효율적인 교권 보호 정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2일 제주의 한 중학교 창고에서 4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교사는 학생 가족의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6개 교원단체는 같은 달 30일 도교육청 앞마당에서 추모 문화제를 열고,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