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통일, 갑자기 온다면?… 5분 안에 달려갈 사람들이 있다”

입력 2025-08-28 09:51 수정 2025-08-28 13:57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에스더기도센터에서 '북한 전문인 선교사 훈련학교'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18년간 북한 사역에 헌신해온 에스더기도운동(대표 이용희)은 한국교회의 ‘복음통일 5분 대기조’를 자처한다. 전방부대의 비상대기조가 잠잘 때도 군복과 군화를 신은 채 비상사태에 언제든 출동하듯, 북한의 문이 갑자기 열려도 즉시 달려갈 선교단이 되겠다는 의미다. 단체는 이를 위해 2020년 ‘북한 전문인 선교사 훈련학교’를 개설해 지금까지 336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러한 공로로 ‘2025 국민미션어워드’ 훈련교육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에스더기도센터에서 만난 이용희 대표는 “북한선교에도 5분 대기조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세속 가치관이나 문화로 물들기 전에 교회가 먼저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도 하나님께서 기적같이, 도적같이 문을 여실 수 있다는 감동을 받으면서 동시에 ‘한국교회는 준비돼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지·통일교 같은 이단과 부동산업자·유흥업소 업주 등 세속 세력이 먼저 들어가기 전에 교회가 북한에 즉시 뛰어들어 북한 동포를 구원할 선교사를 세워야 한다는 사명을 붙잡게 됐다”고 부연했다.

북한전문인선교사훈련학교는 20주 과정으로 운영된다. 매주 목요일에는 북한 전문가 특강으로 북한 사회와 체제를 배우고 금요일에는 철야기도회로 영성을 훈련한다. 소그룹 모임과 매일 성경 통독·개인 기도, ‘복음통일 컨퍼런스’ ‘성령치유세미나’ 등 선교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식과 영성을 함께 다진다. 매년 두 차례 북한선교사 MT에서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교제하며 실제 전문인사역 직종을 연구하고 연대 공동체를 형성한다. 현재 10기까지 훈련을 마쳤으며 11기 모집은 다음 달 1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다.

금식성회부터 매일철야, 해외집회까지…기도운동 확장
지난 7일 영국 런던 임마누엘 센터에서 영국 복음통일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찍은 단체사진. 에스더기도운동 제공

에스더기도운동의 출발점은 20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기념한 ‘7000 에스더 단식 국가기도성회’였다. 당시 국내외 기도자 3000여명이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금식기도원에 모여 사흘간 단식기도를 드렸다. 이것이 현재 북한 동포들의 인권과 신앙의 자유를 위한 ‘북한구원금식성회(복음통일콘퍼런스)’로 발전했다. 매년 1월과 7월 4박 5일간 열리는 이 성회는 올해 35회차를 맞았다. 전국 여러 기도원을 돌아다니며 진행되던 성회는 지난해부터 다시 오산리최자실금식기도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많은 기도자가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파주에 모여서 함께 기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주님이 허락하신다면 복음통일이 이뤄질 때까지 금식기도의 본산인 이곳에서 성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체는 이름 그대로 기도운동을 본질로 삼는다. 이 대표가 대학생 시절부터 헌신해 온 이화여대 다락방전도협회에서 1992년 북한 동포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 ‘월요기도모임’을 한 것이 시작이다. 이는 이후 365일 매일철야기도회로 발전했고 ‘거룩한 나라, 북한구원 통일한국, 선교한국’을 위해 기도하는 초교파 기도운동으로 이어졌다. 현재 평일은 오후 10시 30분부터 새벽 3시까지, 금요일은 오후 11시 30분부터 토요일 새벽 5시까지 철야기도회를 통해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하는 ‘성벽 위의 파수꾼’(사 62:6~7) 사명을 감당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한 2020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철야기도회를 생중계했다. 현재 전국의 성도는 물론 해외 성도들까지 매일 온·오프라인으로 기도에 동참한다. 해외 기도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며 기도운동도 자연스레 해외로 확산됐다. 지난해엔 미국 애틀랜타 새한장로교회(송상철 목사)에서 글로벌 복음통일콘퍼런스가 열렸고 올해도 영국 런던 임마누엘센터에서 런던목양교회(송기호 목사)와 기독법률단체 크리스천컨선(대표 안드레아 윌리엄스 변호사)이 콘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런던 피카디리 거리에서 진행한 전도 집회에선 이틀간 300여명이 현장에서 예수님 영접 기도를 하는 열매도 있었다. 내년 8월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주 복음통일콘퍼런스가 예정돼 있다.

“북한 문 열리면 가장 먼저 달려갈 것”

지난 7월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금식기도원에서 진행된 복음통일콘퍼러스에서 북한의 문이 열리면 1년 이상 선교하기로 헌신한 이들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 에스더기도운동 제공

이 대표는 2023년 복음통일콘퍼런스에서 한 해외선교단체 대표가 “지금 북한 문이 열린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라고 물었던 일을 떠올렸다. 이 대표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곧 “대형트럭에 식량과 쪽복음을 가득 싣고 북한 동포들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탈북민과 함께 북한에 들어가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답변은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일부 간사들은 대형트럭 운전면허를 취득했고 북한어 성경을 정리한 쪽복음 작업에도 착수했다.

그는 같은 질문을 한국교회에도 던지고 있다. 그는 “세계선교에 한국교회가 열심인 것은 감사하지만 북한 동족을 위한 기도와 헌신이 더욱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로마서 9장 3절을 인용하며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 받았던 사도 바울이 동족 구원에 생명을 걸었던 것처럼 한국교회도 북한구원에 대해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분단 80년 동안 복음도 듣지 못한 채 죽어간 북한 동포들을 기억하며 이제는 교회가 공적 예배와 기도회에서 동족 구원을 위해 꼭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