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스트 연구진, 뇌방어막 뚫고 약물 투입 기술 개발

입력 2025-08-28 09:49
디지스트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왼쪽부터)장경인 교수, 송수정 석박사통합과정생, 이혁준 석박사통합과정생. 디지스트 제공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은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장경인 교수팀이 뇌 깊은 곳에 약물을 정밀하게 전달할 수 있는 뇌 삽입형 무선 신경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장치는 유연한 소재 기반의 마이크로펌프와 미세 채널 구조를 적용해 외부 장비 없이도 원하는 시점과 위치에 정확하게 약물을 주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파킨슨병, 간질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뇌 질환 치료의 가장 큰 어려움은 혈뇌장벽(BBB·뇌를 둘러싸고 있는 특수한 방어막으로 세균, 독성물질 등으로부터 뇌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대부분의 약물이 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이다. 약물이 목표 부위에 도달하기 어렵고 전신 투여 시 부작용 위험이 크다. 기존 약물 주입 장치도 외부 펌프와 관을 사용해야 해 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장기간 사용이 힘들다는 한계가 있었다.

장경인 교수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완전히 유연한 구조의 삽입형 장치를 설계했다. 위장 연동운동을 모사한 마이크로펌프와 경사진 노즐-디퓨저 채널을 적용해 역류 없는 정밀 약물 전달을 구현했으며 무선 제어 모듈을 통해 주입 속도와 용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장치 성능 검증을 위해 뇌 모사체(아가로스 젤)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약물이 역류 없이 일정한 속도로 전달되는 것이 확인됐고 무선 신호에 따라 주입 속도와 용량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또 모든 구성 요소가 부드러운 소재로 제작돼 뇌 조직에 적합하며 안정적으로 삽입·구동되는 것도 입증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뇌 삽입형 무선 신경 인터페이스는 외부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정밀하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향후 전극이나 센서와 결합해 환자의 뇌 신호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순간 자동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맞춤형 치료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장경인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장치는 뇌 깊은 부위까지 무선으로 정밀 약물 전달을 가능하게 했다”며 “앞으로 임상 적용을 위해 장기적 안정성을 검증하고 다양한 신경질환 치료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npj Flexible Electronics)에 8월 게재됐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