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시티가 유명 전시를 여는 까닭…아트테인먼트 철학

입력 2025-08-28 09:31
Play The Hits.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파라다이스시티가 ‘제4회 프리즈 서울’ 개막을 앞두고 9월 2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뉴욕 인기 팝아트 작가인 조엘 메슬러의 국내 첫 개인전 ‘Paradise Found展’을 개최하는 가운데 파라다이스가 매년 9월 초 이 같은 대형 전시를 여는 배경이 눈길을 끈다.

조엘 메슬러는 젊은 시절 알코올과 약물 중독, 예술가로서의 실패를 극복하며 예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자신의 거친 삶의 굴곡을 경쾌하게 그려내 친근하게 다가온다. 낙천적 태도로 그려낸 조엘 메슬러의 작품들은 아이부터 일반 대중, 미술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인 뉴욕에서 블루칩 작가로 가장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그는 심장외과의의 아들로 부유한 미국 서부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오랜 시간 트라우마를 겪었던 이력이 있다. 비벌리 힐스 호텔 벽지를 긁어 손톱에 피가 나고 물이 끊겨 수영장에 머리를 감는 등 불우한 유년기를 겪었으며 한때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유년 시절의 불행을 예술의 불씨로 승화하는 법을 깨달으면서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했다. 기억의 편린을 바나나 잎사귀 무늬 등 다양한 트로피컬 패턴과 색채로 표현하며 독특한 화풍을 완성했다.

이번 개인전은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의 광활한 1층과 2층 공간에 회화와 입체 작품 24점을 펼쳐내는 대형 전시다. 이 가운데 회화 19점은 모두 신작인 데다 금박 풍선으로 파라다이스에게 헌사하는 ‘Paradise with Blossoms’를 비롯해 생명의 원천을 구현한 3m 규모의 입체 작품 ‘Tree of Life’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파라다이스시티 전시 매년 화제

파라다이스의 이 같은 전시 기획은 처음이 아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2023년 9월 초 세계 최대 경매기업 중 한 곳인 소더비와 함께 ‘러브 인 파라다이스: 뱅크시 앤 키스 해링(Love in Paradise: Banksy and Keith Haring)’전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뱅크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Love is in the Bin(사랑은 쓰레기통에), 2018’이 변경된 작품명 ‘Girl without Balloon(풍선 없는 소녀), 2021’과 함께 국내 관람객들에게 처음 공개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201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 직후 파쇄기를 작동시켜 찢는 퍼포먼스를 통해 2021년 낙찰가가 18배나 오르며 전설이 됐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미국 현대미술가 조쉬 스펄링의 ‘WONDER展’과 ‘[지드래곤 X 퍼렐 윌리엄스]’ 아트 옥션 협업, 미국 래퍼 Pusha-T의 라이브 공연을 함께 열어 아트와 음악, 브랜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했다.

파라다이스 아트 나이트

파라다이스시티가 대형 전시와 더불어 파라다이스 아트 나이트를 개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프리즈 서울을 여는 킥오프 파티이자 첫 전시로서 상징적 의미를 띈다.

프리즈 기간에는 전시 및 아트 관련 프로그램들이 코엑스를 중심으로 서울 전역에서 펼쳐진다. 특히 갤러리 밀집 지역에서는 ‘프리즈 나이트(Frieze Night)’를 열며 전시 오프닝과 이브닝 이벤트를 통해 서울을 거대한 예술 네트워크체로 밀집시킨다.

이 가운데 특히 인천국제공항과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는 서울로 향하는 관문으로서 프리즈를 찾는 해외 아트 컬렉터 및 전시 관계자들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맞이한다.

이 같은 프리오프닝의 의미로 파라다이스시티는 9월 첫날 많은 해외 관계자들과 한국 문화·예술계를 잇는 교류의 장으로서 ‘파라다이스 아트 나이트’를 개최하고 그 일환으로 조엘 메슬러전과 같은 대형 전시를 기획한다.

둘째, 우리나라가 ‘세계 5대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이바지하고 지역사회와 상생 및 문화예술 인재 육성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전시 첫날인 9월 2일 조엘 메슬러는 문화예술 인재육성 차원에서 계원예대를 찾아가 특강하고 학생들과 호흡하며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지난 18일에도 인천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문화예술 장학금을 후원함과 동시에 인천지역 주민들을 위한 무료 관람을 제공하는 등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격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1970년대부터 ‘아트테인먼트’라는 일관된 예술경영 철학을 실천하며 신진 예술가 발굴 지원 및 글로벌 예술인재 육성에 앞장서 왔다.

1979년 계원학원, 1989년 문화재단을 설립해 예술인재 양성과 아티스트 발굴, 창작지원 활동을 실천해 왔다. 1997년 아트오마이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해 해외 활동을 지원했으며, 2016년부터는 아트랩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해 예술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셋째, 휴양에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순수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파라다이스시티는 리조트 곳곳에 국내외 작가의 예술 작품 3000여점을 갖추고 있어 그 자체로 이미 거대한 갤러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미술을 자주 접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친근하게 다가가 감명받을 수 있는 전시를 매년 기획해 여가의 질을 끌어올림으로써 관광산업을 다채롭게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도 파라다이스그룹은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에 문화예술을 결합해 고객 경험을 넓히는 데 힘써왔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아시안 팝 페스티벌’을 개최해 한국 뮤지션들의 아시아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복합리조트를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문화예술 향유의 문턱을 대폭 낮춤으로써 예술이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28일 “조엘 메슬러전은 아이부터 전문가까지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의 작가로서 작가의 성장 과정이 긍정적 메시지와 맞물려 감동을 자아낸다”며 “파라다이스는 예술을 매개로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저변을 확대해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