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기술, ‘세계 최초’ 타이틀만 중요할까… “급변할 일상 준비해야”

입력 2025-08-28 12:00
독일 도이치텔레콤 김주훈 박사가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6G 기술의 진화와 영향’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빈(오스트리아)=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한국은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선언했다. 6세대 이동통신(6G) 상용화도 ‘세계 최초’가 목표다. 2028년 시범 서비스를 거쳐 2030년 상용화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부터 발 벗고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2028년 예산 4407억원을 들여 6G 상용화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빨라지는 통신 속도가 가져올 일상의 변화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6G 시대의 이면에 담길 위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본격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 도이치텔레콤의 김주훈 박사는 6G 시대에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열린 한-유럽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5)를 찾은 김 박사는 6G가 가져올 일상의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전자공학 및 정보기술 분야 첫 세션인 ‘6G 기술의 진화와 영향’의 진행을 맡았다. EKC는 유럽 내 한인 과학자들과 국내 과학자들이 모여 학술 교류를 하는 행사로, 올해로 17회째를 맞았다.
한-유럽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5)가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빈 공과대학에 EKC 2025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 모습. 빈(오스트리아)=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김 박사는 “에릭슨 보고서에 따르면 6G 기술로 위치정보시스템(GPS)의 정확도가 2~3m로 정교해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정확도”라며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정확한 위치가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길을 걷는 사람이 CCTV에 잡히면 이는 위험하거나 중요한 정보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매일 아침 6시에 같은 장소를 지나가는 사람의 정보가 축적되면 이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로 변한다. 정확한 위치 정보가 특정 개인의 정보와 결합하면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

김 박사는 “유럽은 특히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감성이 높다. 6G 기술을 준비하면서 기업이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이라며 “6G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이동통신기술 단체(NGMN)가 6G 시대에 필요한 논의 주제로 ‘신뢰성’과 ‘안전함’을 꼽는 데도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6G 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산업 영역과, 이를 소비자에게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 이동통신 이용자 대부분이 5G를 쓰는 한국과 달리 유럽은 5G 이용률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6G 상용화 시대가 열려도 6G를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통신 사업자들은 6G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동시에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며 “기술만 개발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6G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빈(오스트리아)=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