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차이가 만든 희비… 현대차 4% 오를 때 39% 오른 인도법인

입력 2025-08-28 05:00

현대차 인도법인(Hyundai Motor India Limited) 주가가 올해 들어 40% 가까이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에 상장된 현대차는 4% 상승에 그쳐 국내 증시와 인도 증시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성장성은 물론 정부의 주주 친화 정책도 한국이 인도에 뒤지고 있는 결과라는 평가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인도법인에 투자했다면 모회사인 현대차에 투자하는 것보다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기준 코스피에 상장된 현대차 주가는 올해 들어 4.02% 상승했다. 반면 인도 증시에 상장된 현대차 인도법인은 38.38% 상승해 차이가 컸다.

현대차 인도법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배가 넘었지만, 현대차는 0.5배 수준에 그쳤다. PBR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가 장부상 자산가치 대비 얼마에 거래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현대차처럼 PBR이 1 미만이면 장부상 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투자자는 코스피보다 인도 증시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인도 대표 지수 ‘니프티(Nifty)50’의 PBR은 3.31배다. 국내 대표 지수 ‘코스피200’은 1.06배다. 인도 상장사가 코스피 상장사보다 평균 3배 이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경제 성장률은 물론 주주 친화 정책에도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인도 금융당국 SEBI(Securities and Exchange Board of India)가 ‘소수의 다수(Majority of Minority)’ 원칙을 도입해 일반 주주 보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시장 전체의 가치가 제고됐다”고 설명했다. 소수의 다수 정책은 기업이 주요 결정을 내릴 때 대주주의 표를 제외한 소액 주주들만의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 제도로 2023년에 도입됐다.

시장이 현대차 인도법인과 현대차에 요구하는 수준이 다른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전문가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대차와 같은 레거시 완성차 업체는 테슬라와 늘 비교된다. 테슬라의 자율주행과 로봇택시 등에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현대차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며 “반면 인도법인은 인도 차량 판매 증가로 인한 실적 개선만 기대한다. 현대차 본사의 고민까지 주가에 반영되지는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