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의 자금 조달을 도우려고 설치한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이 계속되는 건전성 문제와 빠르게 증가하는 대위변제 규모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고물가·고금리 국면이 지속된 지난 2년 사이에는 농·어업 분야 차주들의 상환 역량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대위변제 규모가 매년 예상을 1000억원 가까이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2024회계연도 금융위원회 소관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농신보의 연간 대위변제액 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205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2049억원)과 비교해도 한층 더 증가한 액수다. 대위변제란 피보증인이 갚지 못한 채무를 보증기관에서 대신 갚아주는 행위를 뜻한다. 농림어업 분야 피보증인을 대신한 농신보의 변제 규모는 2022년 2904억원에서 이듬해 4074억원을 거쳐 지난해 4195억원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는 자그마치 4380억원에 이르는 대위변제 계획이 잡혀 있는 상태다.
농신보는 고액의 대출을 받기 어려운 농림수산업자의 신용을 대신 보증해 관련 분야에 자금이 원활하게 유입되도록 돕는 기금이다. 명목상 금융위 소관이지만 실제 운용은 농협중앙회가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기금의 건전성이다. 정부는 농신보의 적정 운용배수(보증잔액을 기본재산으로 나눈 배수)를 12.5배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농신보의 운용배수는 2022년 14.6배, 2023년 16.8배, 지난해에는 17.3배로 적정 수준을 이미 한참 넘어선 상태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대위변제 규모가 건전성 우려를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시기부터 이어진 고물가·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농·어업계의 채무 상환 역량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감소했다. 2022년만 해도 1.69%였던 농신보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2.33%까지 치솟았다. 대위변제의 단초가 되는 불건전보증 잔액 역시 2021년 526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390억원으로 3년 만에 곱절 이상 부풀었다.
특히 2023년과 지난해에는 보증사고가 속출하면서 예상을 한참 뛰어넘은 대위변제 행렬이 이어졌다. 당초 3196억원 규모로 편성됐던 2023년 대위변제액은 최종적으로 4074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역시 당초 계획된 대위변제 규모는 3303억원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를 900억원 가까이 상회하는 4195억원의 대위변제가 이뤄졌다.
중장기적 차원의 건전성 개선과 대위변제 감축을 위한 특단의 방안 없이는 정부 재원만 ‘밑 빠진 독’처럼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300억원)와 올해(1500억원) 총 1800억원에 이르는 정부 출연 자금을 퍼부어 농신보의 기금 건전성을 개선하고 나섰다. 정명호 정무위 수석전무위원은 “금융위가 기금의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