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ST 연구 “선박 청소 찌꺼기, 바다 생태계 위협”

입력 2025-08-27 16:51
선체 수중 청소 로봇 청소 부산물 활용 폐쇄 생태계 평가 그래픽<자료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배 밑바닥을 청소할 때 나오는 찌꺼기가 바다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선체 수중청소로봇에서 발생하는 청소부산물(HCW)이 바다 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배의 표면에는 따개비나 해조류 같은 ‘선체부착생물’이 달라붙는다. 이들은 배가 물살을 잘 가르지 못하게 해 연료를 더 많이 쓰게 하고, 탄소 배출도 늘린다.

논문에 따르면 배 밑바닥을 청소하면서 나오는 찌꺼기(HCW) 안에는 구리, 아연 같은 중금속과 부유물질이 들어 있어 바다 생태계에 해로울 수 있다.

KIOST 연구진은 실제 바닷물을 이용한 실험에서 HCW를 여러 농도로 희석해 바다 생물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폈다. 그 결과 농도가 높아질수록 식물플랑크톤은 급격히 줄었고 동물플랑크톤은 아주 낮은 농도(1%)에서도 민감하게 감소했다. 반면 바위에 붙어 사는 미세조류는 오히려 더 잘 버티고 개체 수가 늘었다.

또 고농도에 노출되면 다양한 종이 함께 살아가던 균형이 무너지고 일부 종만 남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는 바다의 먹이사슬이 단순해지고 바다 생태계의 건강이 약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배 청소 찌꺼기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오염원’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성과는 국제해사기구(IMO)가 논의 중인 ‘선체 부착생물 관리 지침’에서 찌꺼기 포집·처리 기준을 만드는 데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선체 부착생물은 수중 환경을 위협하고 지구온난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앞으로도 바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연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