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7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등으로 10년 뒤인 2035년까지 전체 에너지 수요가 6배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전기가 없으면 AI도 없다”고 말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날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는 향후 수십 년 간 에너지 지형을 재편할 ‘전기의 시대’로 진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비롤 사무총장은 AI와 기후 위기가 글로벌 에너지 투자 동향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0년 전엔 화석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 투자 규모가 거의 같았지만, 지금은 화석 에너지에 1달러를 투자할 때 청정에너지 부문에 2달러가 투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망 확충’이 최대 관건이 됐다고 짚었다. 비롤 사무총장은 “오늘날 세계 전력 투자 동향에서 우려스러운 점은 바로 전력망”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발전 부문에 매년 약 1조 달러(약 1400조원)가 투자될 때, 전력망은 4000억 달러(약 560조원) 지출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력 안보를 지키기 위해선 전력망에 대한 지출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리튬·희토류 등 중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핵심 광물 공급망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현재 IEA가 추적하는 20개 핵심 광물 중 19개가 단일 국가에 집중돼 있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및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정책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제시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저탄소 전력 공급과 강력한 전력망 시스템은 세계 AI 경쟁의 리더십 확보를 위한 핵심 요건”이라며 “한국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노력은 매우 환영할 만한 발전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런 리더십은 변압기와 케이블 등 필수 전력망 장비로 더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부산=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