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I 인권시민연대 “불법사금융 근절, 원리금 무효화만으론 부족”

입력 2025-08-27 16:05
박진흥 한국 TI 인권시민연대 불법사채 대응 센터장

한국 TI 인권시민연대가 정부의 불법사채 원금 무효화 조치와 관련해 “원금 무효 선언만으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강력한 보완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불법사채업자들이 여전히 가족과 지인을 통한 추심을 일삼고, 대포폰과 대포계좌를 돌려 쓰며 활개 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7월 22일부터 연 60%를 초과하는 고금리 불법사채의 원리금을 전면 무효화하고, 성착취·폭행·협박 등이 동반된 계약도 반사회적 계약으로 분류해 효력을 없앴다. 하지만 TI 인권시민연대는 “피해자 보호의 첫걸음일 뿐 실질적인 근절책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단체가 제시한 핵심 대책은 세 가지다. 첫째 가족·지인 추심 금지와 가중처벌이다. 불법사채업자들이 채무자의 가족과 직장 동료 등을 무차별적으로 괴롭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제3자 추심 자체를 중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포폰·대포계좌 신속 차단 시스템 구축이다. 수사망을 피해 번호와 계좌를 돌려 쓰는 범죄 수법을 원천 차단하고, 명의 대여자에 대한 처벌도 강력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미수범 처벌 규정’ 신설이다. 연 20%를 초과하는 이자로 유인·상담·광고·계약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가능하게 해 불법사채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박진흥 불법사채 대응센터장은 “미수범 처벌이 도입되면 온라인 광고만 모니터링해도 불법사채업자를 대거 적발할 수 있다”며 “광고업체에도 책임을 묻는다면 불법사채 생태계 전반을 압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TI 인권시민연대는 나아가 불법사채를 조직범죄로 규정하고, 금융당국·수사기관·통신사 등 관계 기관이 합동으로 대응하는 국가 차원의 종합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단체 측은 “이제 편법적·임시적 조치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범죄와의 전쟁 수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사채 원금 무효화가 제도 개선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TI 인권시민연대는 “실질적인 피해 차단은 강력한 현장 맞춤형 대책이 시행될 때 가능하다”며 “정부가 선언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