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팽창·질적 둔화’…부산 상권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25-08-27 15:14 수정 2025-08-27 15:46
부산지역의 주요상권 생태계 변화를 지리정보(GIS)를 이용해 분석한 인포그래픽. <자료: 통계청>

부산 상권이 지난 10년 동안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영세화와 매출 효율 악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포동 등 원도심 상권은 공동화로 무너지고, 전포·광안리 같은 신흥 상권은 점포 수와 종사자가 늘었지만, 점포당 매출은 크게 줄어 ‘양적 팽창·질적 둔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27일 발표한 ‘부산지역 주요 상권 변화(2015~2024년)’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55개 상권의 사업체 수는 9만4686개로 2015년보다 2350개(2.5%) 증가했다. 종사자 수도 같은 기간 5만2634명으로 11.1% 늘었다. 겉으로는 성장세지만, 세부 지표는 상권의 구조적 불균형을 드러낸다.

쇠퇴가 뚜렷한 원도심은 단순히 점포 수만 줄어든 게 아니다. 중구 남포역7번 출구 상권은 2015년 1만269개에서 지난해 8748개로 1500개 넘게 감소했고, 동구 범일역1번 상권은 같은 기간 24.6% 줄었다. 이 지역 점포 10곳 중 9곳은 종사자가 없는 1인 점포로, 사실상 생계형 영세 점포만 남아 공동화가 심화했다. 범일역10번 상권의 사업체당 평균 매출은 7억8200만원으로 55개 상권 중 가장 낮았다.

반대로 전포동과 광안리 같은 신흥 상권은 외형적으로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전포역8번 상권은 1337개에서 2355개로 76.1% 늘었고, 종사자 수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광일맨션 정류장 상권도 284개에서 1115개로 292.6% 폭증하며 부산 전체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커피전문점과 외국식 음식점이 크게 늘며 젊은 층과 관광객을 끌어들인 덕분이다.

하지만 매출 성적표는 다르다. 전포동은 점포와 종사자가 급증했지만, 점포당 매출은 18.5% 줄었다. 광안리 역시 2015년 17억3400만원에서 2023년 9억28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점포는 늘었지만 소비 파이는 그대로여서 경쟁이 심해진 결과다. 외형 확장 속 매출 효율 저하는 신흥 상권의 구조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업종 재편도 뚜렷했다. 전포·수영구 일대는 카페와 외국식 음식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원도심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 동반 감소했다. 이는 소비 트렌드가 ‘체류형 외식·카페 문화’로 쏠리면서 전통 상권이 설 자리를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권별 매출 격차도 커졌다. 지난해 사상구 서감초 상권은 사업체당 매출이 6억42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동구 범일역10번 상권은 7820만원으로 최저였다.

전문가들은 “원도심은 영세화 탈피, 신흥지는 출점 과열 관리와 콘텐츠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