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구속 갈림길에 섰다.
법원이 한 전 총리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특검팀이 남은 국무위원들에게 내란 가담·방조 혐의를 적용하는 데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기각할 경우 ‘무리한 혐의 적용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수사 필요성을 심리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1시18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나타나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정당화를 위해 국무위원들을 불렀나’ ‘왜 계엄 선포문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나’ ‘대선 출마가 수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나’ 등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내란 특검팀에선 김형수 특검보 등 6명이 심사에 참석한다. 특검팀은 54페이지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비롯해 362쪽 분량의 의견서, PPT 자료 160장, CCTV 영상 등을 제시하면서 혐의 및 구속 필요성 소명을 위한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다.
한 전 총리는 ‘제1 국가기관’이자, 대통령 독주를 견제할 책임이 있는 국무총리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 국방부 장관이나 행정안전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 또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하게 돼 있다. 국무회의 역시 국무총리가 부의장 역할을 맡는다.
특검팀은 제헌헌법 초안을 작성한 유진오 전 법제처장이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 승인을 거쳐 총리를 임명하도록 했다’고 밝힌 점 등을 근거로 헌법상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 남용을 견제할 마땅한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된 국무총리가 이를 견제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도 계엄을 막으려고 한 게 아닌 절차상 합법적인 외관을 갖추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구속영장에 기재했다.
한 전 총리는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인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하고 폐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