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가격 할인을 비롯한 판매 촉진 정책에도 판매량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잘 나가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 한국이다. 올해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역대 최대 판매량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2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테슬라는 한국에서 판매량 7362대를 기록해 BMW(6490대)와 메르세데스 벤츠(4464대)를 제치고 수입 승용차 1위에 올랐다. 2017년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지난 5월 처음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른 뒤 두 달 만에 다시 왕좌를 탈환했다. 지난 1~7월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6.1%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보다 2.5% 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테슬라는 올해 역대 최대 판매량 신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신형 모델Y(주니퍼) 투입 효과가 컸다. 모델Y는 지난달에 6559대 판매돼 BMW 5시리즈(2059대)와 벤츠 E클래스(1379대)를 크게 앞지르며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했다.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도 한국에 들여온다. 이르면 오는 11월 말에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픽업트럭 불모지인 한국에 사이버트럭을 출시한다는 건 그만큼 테슬라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다는 인식이 깔려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시장에선 고전 중이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테슬라 중국법인 판매량(수출 포함)은 36만447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줄었다. 테슬라 소유주의 추천으로 차량을 구매하면 8000위안(약 150만원) 규모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1~7월 테슬라 판매량은 5600대 정도에 그쳤다. 승용차 내수 시장 규모(약 250만대)는 한국(약 160만대)보다 60% 가까이 크지만 테슬라의 판매량은 5분의 1 수준이다. 테슬라는 최근 일본에서 모델3 가격을 최대 55만엔(약 520만원) 낮췄다.
유럽 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테슬라의 지난달 독일 판매량은 전년 대비 55% 급감한 1110대에 불과했다. 영국에서도 987대로 60% 급감했다. 독일과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유럽 점유율이 감소했다. 테슬라는 고육지책으로 영국에서 월간 차량 리스료를 최대 40%까지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부진으로 차량 재고가 쌓이고 보관 공간이 부족해진 것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는 BYD(비야디)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에게도 밀렸다. 폭스바겐(21.9%)과 현대자동차·기아(9.4%) 등 경쟁사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테슬라는 17.2%나 감소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