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 낙동강 물길 위 선비의 풍류 ‘선유줄불놀이’

입력 2025-08-27 09:41 수정 2025-08-27 10:02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河回)마을은 ‘S’자형으로 흐르는 낙동강의 물굽이 덕에 이름을 얻었다. 풍산 류씨 집안이 600여 년을 이어오면서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조선시대 건축문화 덕분에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999년 방문한 곳이며 20년이 지난 뒤 그 아들 앤드루 왕자가 찾은 곳이다.

마을 강 옆에 소나무 1만 그루로 이뤄진 만송정 숲 앞 낙동강 건너에 기암절벽 부용대가 절경이다. 이곳은 하회선유줄불놀이로 유명하다. 양반들의 뱃놀이인 ‘선유’와 강으로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줄불’, 강물 위 ‘달걀불’에 ‘낙화’까지 감상할 수 있다. 높이 70m가 넘는 부용대에서 그 밑을 흐르는 화천(花川·화산에서 이름을 딴 낙동강의 별칭)과 백사장을 건너 만송정 소나무 숲까지 230m 줄 다섯 개를 건다. 그 줄에 뽕나무 숯 및 소나무 껍질 숯의 가루와 쑥 심지를 창호지로 매듭지은 숯가루 봉지 수백 개를 매달아 불을 붙인다. 공중에서 은은하게 터지는 작은 불꽃들이 강물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이어 달걀 껍데기 안에 들기름을 붓고 심지를 넣어 불을 붙인 뒤 작은 표주박에 담고 짚으로 만든 똬리에 얹어 강물에 띄우는 ‘달걀불’이 등장하고 그 속에서 배를 탄 양반들이 시 한 수를 지을 때마다 부용대 정상에서 소나무 가지를 묶은 ‘솟갑단’에 불을 붙여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는 ‘낙화’가 펼쳐진다.

드라마 ‘악귀’에서 소개돼 더욱 유명해진 ‘하회선유줄불놀이’가 오는 30일 열린다. 이어 9월 20일, 9월 27일, 10월 4일, 10월 25일, 11월 8일 개최된다. 올해부터 사전예약제가 도입돼 ‘경북봐야지’ 누리집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미리 신청해야 한다. 관람료는 1인당 1만원, 24개월 이하 영유아는 무료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