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과 이사 해임 문제로 정면 충돌…111년 된 독립성 흔드나

입력 2025-08-27 09: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 등을 두고 마찰을 빚어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이사 해임 문제로 다시 정면충돌하고 있다. 트럼프는 리사 쿡 연준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자 해임 의사를 밝혔는데 권한 남용 논란이 불거졌다. 중앙은행인 연준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쿡 이사를 겨냥해 “그가 어떤 위반을 한 것 같다. 특히 그 위반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는 주택담보대출(mortgages)을 관할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00% 흠결 없는 인물이 필요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지난 2023년 의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가 있다며 최근 법무부에 수사 의뢰했다. 윌리엄 풀트 주택금융청장은 트럼프가 임명한 충성파로 반(反) 트럼프 인사들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서류를 조사해왔고 쿡 이사를 적발해냈다. 쿡 이사가 연준 이사가 되기 전인 2021년 두 채의 서로 다른 부동산을 ‘거주지’로 허위 신고해 대출을 유리하게 받으려고 했다는 혐의다. 하지만 쿡 이사는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는 전날 헌법 2조와 1913년 연준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쿡 이사를 이사직에서 즉각 해임한다고 밝히면서 해임 통보 서한을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연준이 1913년 12월 설립된 이후 111년 역사상 이런 해임 시도는 전례가 없다.

로이터통신은 “1913년 연방준비법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현직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서도 “지금까지 그 권한은 시험대에 오른 적이 없다. 미국 대통령들은 통화 정책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연준에 대해 대체로 간섭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전했다.

쿡 이사는 트럼프의 조치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자신의 임기인 2038년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쿡 이사는 성명에서 “트럼프는 법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사유를 근거로 나를 해고했다고 주장했으나, 그에게는 그러한 권한이 없다”며 “나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 측도 CNN에 “트럼프는 리사 쿡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 우리는 그(트럼프)가 시도한 불법적 행위를 막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며 소송 의사를 밝혔다.

연준도 이날 성명에서 “이사들에 대한 장기간의 임기와 해임 제한은 중요한 안전장치 역할을 하며 통화정책 결정이 데이터, 경제 분석, 그리고 미국 국민의 장기적 이익에 기반을 두도록 보장한다”며 “연준은 법에 정해진 대로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번 해임 시도가 독립적인 중앙은행인 연준을 좌우하려는 뜻이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는 “우리는 곧 (연준에서) 다수를 갖게 될 것이며, 우리가 다수를 확보하면 아주 훌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쿡 이사를 해임하고 충성파를 앉히면 연준 이사 7명 중 4명을 자신이 임명한 인사로 채우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쿡 이사의 후임으로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WB) 총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연준에 금리 인하 압박을 해왔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를 동결하면서 갈등이 계속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