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의 피부이야기] 좁쌀여드름,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

입력 2025-08-27 08:58

거울 속 피부를 보다가 작고 오돌토돌한 알갱이를 발견하면 신경이 쓰인다. 크지도, 붉지도 않지만, 피부 결을 망치고 메이크업을 해도 매끈하지 않게 만든다. 많은 사람이 “조금 있으면 사라지겠지” 하고 방치하다가, 곪아 오른 화농성 여드름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좁쌀 여드름은 여드름의 씨앗과 같은 단계이기 때문에 원인을 알고 초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좁쌀 여드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모공이 막히는 것이다. 피부는 하루 24시간 내내 새로운 세포를 만들고 오래된 각질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각질이 제때 탈락하지 않으면 모공 입구가 뚜껑처럼 막히고, 그 안에 피지가 갇힌다. 이렇게 생긴 것이 폐쇄면포, 즉 좁쌀 여드름이다. 특히 지성이나 복합성 피부에서는 피지 분비량이 많아 좁쌀 여드름이 더 쉽게 나타난다.

호르몬 변화도 중요한 원인이다. 사춘기, 생리 전후, 스트레스가 심할 때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이 호르몬은 피지선을 자극해 기름 분비를 늘린다. 피지 분비가 많아진 상태에서 각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좁쌀 여드름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화장품과 세안 습관도 영향을 미친다. 유분이 많은 크림이나 코코넛오일, 미네랄오일처럼 모공을 막는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좁쌀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메이크업 잔여물이나 선크림이 피부에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반대로 세정력이 지나치게 강한 제품을 사용하면 피부 장벽이 손상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피지 분비가 오히려 증가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생활환경과 작은 습관들도 원인이다. 덥고 습한 환경에서는 땀과 피지가 모공을 쉽게 막는다. 매일 사용하는 베개와 수건이 세균에 오염되어 있으면 피부에 반복적으로 자극이 가해진다.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거나 손, 머리카락이 자주 얼굴에 닿는 습관도 좁쌀 여드름 발생을 돕는다.

피부 재생 속도의 불균형도 원인이 된다. 피부가 너무 빨리 재생되면 각질이 과도하게 쌓이고, 반대로 재생이 느리면 오래된 각질이 피부에 남는다. 건강한 피부의 재생 주기는 약 28일이지만 나이, 생활습관, 피부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 주기가 흐트러지면 모공이 막히고 좁쌀 여드름이 생기기 쉽다.

좁쌀 여드름은 초기에 관리하면 악화 없이 해결할 수 있다. 주 1~2회 정도의 화학적 각질 제거(AHA, BHA)로 각질을 정리하고, 니아신아마이드나 레티노이드처럼 피지 분비를 조절하는 성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하루 2회 순한 클렌저로 세안하고, 메이크업과 선크림 잔여물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베개와 수건을 자주 세탁하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습관을 줄이며, 마스크는 청결하게 교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좁쌀 여드름은 작지만 피부 건강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이 작은 씨앗을 방치하면 염증성 여드름이라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여드름 흉터는 한 번 생기면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작을 때 잡는 것이 가장 현명한 관리 방법이다.

정지원(마이미의원 대표원장/피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