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의 무역 합의를 둘러싼 논란을 전날 한미정상회담에서 해결됐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 등은 계속 거론하지 않아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그동안 협상이 완료된 무역 상대국들을 언급하던 중 “한국과 (무역협상에서)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어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고 그들(한국)은 해결됐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가 뭔가 한 게 아니다. 그저 같은 합의를 지킨 것이다. 그(이 대통령)는 합의를 지켰다”라고 밝혔다. 또 “그들은 뭔가를 할 수 있을지 보려 했지만 합의를 지켰고 그건 잘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무역협상에서 남아있던 쟁점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전날 정상회담 직후에도 “그들(한국)은 합의와 관련해 약간 문제가 있었지만, 우리는 우리 입장을 고수했다”며 “그들은 그들이 타결하기로 동의했던 합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는 이날 남은 쟁점과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도 정상회담 이튿날인 이날 회담 관련한 팩트시트(Fact Sheet·설명자료) 등을 내놓지 않았다. 정상회담 당일 청와대가 안보실장과 정책실장, 비서실장 등이 나서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것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원만했던 분위기를 호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중대한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공부했다”며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개인적 외교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과 칭찬 공세(flattery)가 첫 양자 회담을 무난히 넘기도록 도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NYT는 “백악관 회담은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고 했다.
폴리티코도 “이 대통령은 적어도 공개회담에서 무사히 빠져나왔고 중국 방문과 트럼프 타워 골프 농담으로 트럼프를 매료시켰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승리로 평가된다”고 평가했다. 칼 프리드호프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 동아시아 안보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피스 메이커'와 ‘페이스 메이커’ 발언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은 그 발언으로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정말 영리한 문구”라고 호평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을 비판해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한미연구소 주최 온라인 세미나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서로를 공격하기보다 서먹한 분위기를 깼다는 점에서 좋은 시작이었다”며 “두 정상 모두 암살 시도를 겪었다는 점에서 실제로 유대감이 형성된 것 같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한 지속적인 유혹과 첫 임기 때 했던 세 차례 회담에 이은 또 다른 회담의 열망을 드러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