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평단 아니라 관객 위해 만들었어요”

입력 2025-08-27 05:00 수정 2025-08-27 08:34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연출가 마크 브루니가 최근 GS아트센터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했다. 브루니는 원작 소설과 차별되는 뮤지컬만의 매력을 강조했다. 오디컴퍼니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고전이라 사람마다 자신의 해석이 있습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넘버(노래)를 통해 캐릭터 하나하나의 내면을 보여준다는 게 원작과 가장 큰 차이죠.”

미국 작가 F.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연출가 마크 브루니는 최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원작 소설과 차별되는 뮤지컬만의 매력을 강조했다. 브루니는 “뮤지컬이란 장르는 기본적으로 무대에서 희망을 보여주려는 특징이 있다. 이 작품도 개츠비가 끊임없이 희망을 좇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GS아트센터(~11월 9일까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원작과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1920년대를 배경으로 가난 때문에 헤어진 상류층 출신 연인 데이지를 잊지 못한 개츠비가 부를 축적한 후 남의 아내가 된 그녀를 되찾으려는 이야기를 따라간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지난해 4월 막을 올렸다. 그리고 올해 4월 영국 런던에 이어 8월 한국 서울에서 막을 올리며 3개국에서 동시에 공연하는 유례없는 사례가 됐다. 브루니는 “처음 시작할 땐 이 작품이 이렇게 국제적으로 사랑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조만간 다른 국가에서도 공연이 올라갈 예정이다. 관객들이 국적과 상관없이 이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것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GS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디컴퍼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재즈의 시대로 불리는 1920년대다. 벌써 100년이나 된 작품이 지금 시대에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그는 “계층 차이,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 등은 현대 관객에게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그리고 한국에서 동시 상연되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프로덕션은 대본이나 넘버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프로덕션만의 특징이 있을까. 브루니는 “역할을 맡는 배우들에 따라 관객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 공연의 경우 남녀 주역인 매트 도일과 센젤 아마디가 각각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하울랜드가 한국 프로덕션에 출연 중인 배우들에게 맞게 추가적인 편곡을 한 것이 특별하다”면서 “또한 제작진이 뉴욕과 런던을 거치면서 배운 것들을 서울에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반영해 훨씬 화려하고 멋있는 프로덕션이 됐다”고 피력했다.

브루니는 1999년 뉴욕에서 연출가로서 경력을 시작했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조연출과 협력 연출 그리고 미국의 다른 지역 공연의 연출로 활동하던 그는 2014년 ‘뷰티풀: 더 캐롤 킹 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이 작품은 같은 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음향상을 받은 것은 물론 6년 가까이 공연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브루니가 브로드웨이에서 두 번째로 연출을 맡은 뮤지컬이다. 그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창작진 합류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연출가 마크 브루니가 최근 GS아트센터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했다. 브루니는 원작 소설과 차별되는 뮤지컬만의 매력을 강조했다. 오디컴퍼니

그는 “신춘수 대표와는 10여 년 전 다른 프로젝트로 만난 적 있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신 대표로부터 작곡을 의뢰받은 제이슨 하울랜드가 창작진을 구성할 때 나를 연출로 추천해 합류하게 됐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무렵인 2021년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창작진이 원하는 대로 지원해준 신 대표를 만난 게 행운이었다”고 되돌아봤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 2020년 작가와 작곡가의 작품 워크숍을 시작해 2021년 연출가 합류 등 개발과정을 거쳐 지난해 4월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4년이 채 안 되는 개발과정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는 매우 짧은 편이다. 2021년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저작권 만료에 맞춰 신 대표가 제작한 ‘위대한 개츠비’ 외에 또 다른 프로듀서가 개발에 들어간 ‘위대한 개츠비’가 지난해 여름 리딩 공연을 했다는 뉴스는 이번 프로덕션의 속도감을 보여준다.

GS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디컴퍼니GS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디컴퍼니

그는 “터보 속도라고 할 만큼 진짜 빨랐다. 당시 팬데믹으로 공연장이 문을 닫았을 때라 창작진이 작품 준비에만 몰입할 수 있었던 게 시기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보통 브로드웨이에서 창작진이 여러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때문에 각각의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위대한 개츠비’는 또 개발과정에서 다음 단계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있었다. 신 대표가 창작진이 다음 단계를 고민할 때 확실한 방향과 목표를 제시했한 것도 작업이 빨리 진행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어려운 질문을 브루니에게 던졌다. 일반 관객의 평가가 좋은 것과 달리 평단의 평가는 그렇지 못 하다는 점이다. 평단은 뮤지컬이 아메리칸 드림의 빛나는 표면 뒤에 숨겨진 허상과 공허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원작의 메시지가 화려한 무대 속에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과 영국 모두 마찬가지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연출가 마크 브루니가 최근 GS아트센터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했다. 브루니는 원작 소설과 차별되는 뮤지컬만의 매력을 강조했다. 오디컴퍼니

그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평단이 아니라 일반 관객을 위해 만들었다. 관객들은 뮤지컬을 보러와서 극 중 다양한 인물에 몰입하는가 하면 화려한 무대를 보면서 지불한 티켓값이 무대 위에 존재한다고 느낀다. 관객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것으로 우리 작품의 가치를 증명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돌이켜보면 원작소설도 출판 직후 바로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에서 군인들에게 배포되며 크게 사랑받았다. 지금 우리가 겪는 것도 그런 비슷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소설과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