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공사비·산재’ 악재 릴레이인데… 재건축·재개발 수주고는 역대급, 이유는?

입력 2025-08-27 05:01
사진=연합뉴스

재건축·재개발이 올해 건설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 공사비급등, 산재 리스크 등 악재가 누적에도 기록적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특히 서울 노후단지들이 2022년 오세훈 시장 복귀 이후 도시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면서다. 하지만 일부 대형사 쏠림현상도 심화하면서 업계 내 희비도 엇갈린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10대 건설사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31조6833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한 해 수주액 27조87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7조828억원으로 현재까지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렸다. ‘래미안’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삼성물산은 지난 1월 ‘대어’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원)을 시작으로 신반포4차 재건축(1조310억원), 장위8 공공재개발(1조1945억원), 울산 남구 B-04 재개발(6982억원), 개포우성7차(6757억원) 등 총 11개 시공권을 따내며, 자사 역대 수주액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대건설이 5조535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1조5138억원) 등 총 7개의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 재건축(2조7488억원), 장위15구역(1조4663억원)의 수의계약도 유력한 상황이어서 이를 합치면 9조7508억원에 달한다. 업계 최초로 9조 클럽(9조3395억원)에 입성한 2022년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10조 클럽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물산 역시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대우건설과의 문래동4가 재개발 컨소시엄 등을 추가 수주할 경우 8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밖에 포스코이앤씨가 5조302억원, GS건설이 4조1522억원 규모를 수주하며 선전 중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잇따른 사망사고로 인프라 부문 신규수주는 중단했으나, 성수2지구 등 핵심 사업장에선 수주전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최근 입지·사업성이 좋은 지역에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낸 영향이 있다고 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특히 서울은 박원순 전 시장 당시 도시 재생을 강조하면서 노후화 단지의 재건축·재개발이 눌려 있었다”며 “시장이 바뀐 뒤 여건이 나아졌고, 올해 시공사 선정까지 온 단지들이 몰린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공 공사 일감이 줄어든 것도 한 영향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줄면서 회사 내 관련 인원도 한창 많았을 때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분위기 전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도 도시정비사업 수주 양극화가 나타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단 두 곳이 10대 건설사 올해 전체 수주액 40%를 차지했고, 포스코이앤씨를 더하면 55.7%에 달한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정비사업 수주가 없다. 지난 2월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로 1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후 수주를 전면 중단했다. 사업구조 재편에 집중하는 SK에코플랜트는 3039억원에 그쳤다. 시공능력 3위 대우건설도 1조1162억원에 그친다.

서울 등 수도권 핵심지역은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사업성이 좋아 도시정비사업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하반기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수주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수전략정비1지구(성수1지구) 재개발 조합은 지난 21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보증금은 1000억원으로 시공사 입찰은 10월 13일 마감 예정이다. 성수1지구는 성수전략정비구역 4곳 중에서도 대장주로 꼽힌다. 사업 규모는 2조원에 달하고, 한강·서울숲과 맞닿았다. 현재 GS건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심을 보인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