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대전환 기류는 채용 시장의 판도도 뒤바꾸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개별 자기소개서 작성 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기업들도 인력 채용 절차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하려면 우선 AI의 ‘마음’부터 사로잡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채용 평가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23년 채용 분야에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41.1%,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58.9%인 것으로 조사됐다. AI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평가 분야는 필기·역량검사(57.5%)였으며 서류 전형(41.5%), 면접 전형(18.9%)이 뒤를 이었다.
최근 시장에는 기업용 AI 채용 평가 서비스가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SK텔레콤과 SK AX는 공동 개발 중인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 비즈’를 오는 11월 정식 공개할 예정이다. 그중 에이닷 비즈 HR(인적자원) 기능은 지원서 검토·평가, AI 활용 테스트, 업무 적합성 평가, AI 면접, 지원자 맞춤형 면접 질문 제작 등 생성형 AI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SK AX는 올해 초 채용 과정에 에이닷 비즈 HR을 도입해 수천개가 넘는 지원서를 4시간 만에 분석·평가했다고 한다.
잡코리아의 채용 관리 솔루션 나인하이어는 지난 5일 ‘지원자 스크리닝 자동화’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서류 평가 시 지원서 항목별 배점 기준 설정, 점수 기반 정렬 및 필터링, 결과 반영 후속 절차 자동화, 스크리닝 실행 등 세밀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인사 담당자가 지원자의 학력, 경력, 자격증, 자기소개서 제출 여부 등에 따라 배점 기준을 설정하면 AI가 알아서 그에 맞는 점수를 부여하고 등수를 매기는 것이다.
인간의 주관적 판단 영역인 면접 평가에도 AI가 손을 뻗고 있다. 실용 AI 기술 기업 무하유는 국내 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대화형 AI 면접 서비스 ‘몬스터’를 제공하고 있다. 몬스터는 지원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꼬리 질문을 이어가 실제 면접관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대규모 지원자 검증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취준생들 사이에선 AI 평가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이모(26)씨는 “먼 미래엔 AI가 가장 객관적 판단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불안과 기계를 상대한다는 불쾌함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의 능력이나 감정을 평가함에 있어 AI는 아직 오류의 가능성이 큰 수단”이라며 “일부 데이터 정리에 AI를 활용하고 세부 인사 절차에는 사람이 직접 평가 및 재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용 평가에 AI를 활용할 경우 지원자에게 구체적인 알고리즘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