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메이커, 절묘한 수사… APEC 북한 등장은 어려울 듯”

입력 2025-08-26 17:22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의 ‘피스메이커’(평화 중재자)가 돼 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하자 외교가에선 성공적 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10월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북한이 대화장으로 나오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을 맡은 조정식 의원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번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자신을 ‘페이스메이커’,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로 표현한 절묘한 수사는 이 대통령의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물꼬를 텄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 의향까지 밝혔다”고 언급했다. 이어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중대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피스메이커’를 언급한 문장은 상당히 잘 가꿔진 매우 논리적인 문장”이라며 “상대방이 들으면 되게 좋은 문장”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만남을 제안한 것을 두고는 우려도 나왔다. 우리 스스로 북·미 대화의 ‘데드라인’을 정한 것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APEC 정상회의가 끝났는데 남북 간에 혹은 북·미 간에 아무 일이 없으면 우리 언론이나 이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상당히 비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두 달 후까지 대화의 장에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부정적 전망도 제기됐다. 북한으로선 본인들이 원하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대화에 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