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각국의 규제 조치를 문제 삼으며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 들어 위협했다. 국무부는 빅테크 규제 관련 업무를 맡은 EU와 회원국 책임자들을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위대한 미국 기술 기업들을 공격하는 국가들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디지털서비스 법안, 디지털 시장 규제 등은 모두 미국 기술을 차별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성명(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디지털세, 법안, 규칙 또는 규제를 시행하는 모든 국가에 경고한다”며 “이런 차별적 조치들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저는 그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대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의 기술 및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술기업들은 더 이상 세계의 ‘돼지저금통’이나 ‘발매트’(doormat)가 아니다. 미국과 우리의 놀라운 기술기업에 존중을 보이지 않으면 그 결과를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글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지 몇 시간 뒤에 올라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기도 한 ‘온라인플랫폼법’에 대해 미국은 앞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디지털세를 시행하거나 계획 중인 영국과 유럽연합(EU)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한국도 추가 관세 부과 사정권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회담에서 온라인플랫폼법 문제를 직접 거론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WSJ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EU의 핵심 법안인 ‘디지털서비스법(DSA)’ 집행을 책임지는 EU 및 회원국 책임자들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DSA는 혐오 발언, 아동 성착취물 등 불법 콘텐츠를 차단하도록 온라인 플랫폼에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미국은 허위정보·혐오표현 대응을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제재가 진행된다면 비자 제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재 대상 역시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로, 지난주 내부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무역 상대국을 향해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특정 규제 시행을 이유로 정부 책임자 개인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