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전국에서 시행되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사업(통합돌봄)을 두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통합돌봄은 노인·장애인 등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필요한 의료·복지 서비스를 연결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앞으로 시·군·구와 같은 기초자치단체가 통합 돌봄을 맡는 만큼 인력 증원을 위한 예산 증액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돌봄통합지원법 안정적 시행을 위한 기초자치단체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용익 돌봄과미래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무리 중앙정부에서 좋은 정책을 하더라도 지역의 제공기관과 담당 인력이 부족하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현재 노인과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을 찾아내고 (의료·복지) 요구를 파악한 뒤 제공하는 계획을 수립할 때 필요한 인력과 예산의 확대가 상당히 어려운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방에선 요양보호사 인력이 2026년부터 부족해지고, 2028년에 이르면 필요 인력 대비 15%에 달하는 11만6000명이 부족할 전망”이라면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 등의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는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등은 중장년이 대다수라 인력 공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통합돌봄을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에선 실무자의 토로도 이어졌다. 이진선 광주 북구 통합돌봄팀장은 “현재 돌봄 담당 공무원들은 통합돌봄 업무를 전담하고 있지 않다.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고독사 예방 등의 사업을 하면서 통합돌봄을 추가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인력 증원이 아니라 자체 조정하는 식이라 업무 피로도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또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선 매칭 예산에 대한 부담이 있어 서비스에 소극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자체 노령분야 사회복지 예산(약 59조원) 중 중앙정부 정책사업에 투입된 비율은 88.8%에 달했다. 고령화율이 높으면서 재정 자주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자체 사업을 꾸려나가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이미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재정 자율성이 미흡한 상태에서는 실질적인 지역 맞춤형 통합돌봄은 구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단장은 “내년 사업 시행의 초석을 놓는데 부족하나마 사업비가 지원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각 지자체가 (사업을) 기획해서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을 협의 중이다. 인구 고령화율, 의료접근성 등 지역 사정에 따라서 차등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