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어린이마을’(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 수용돼 강제 노역 등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에게 법무부와 함께 10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른 조치로 시립아동보호소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서울시는 시립아동보호소 사건에 대해 여전히 공식적으로 사과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서울시와 국가가 시립아동보호소 피해자 A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해 낸 상고를 최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법무부는 500만원씩 A씨에게 배상을 완료했다.
시립아동보호소는 서울시가 1958년 설립해 운영한 부랑아 보호시설이다. 주로 7~13세인 아동을 다른 시설로 분산하기 전 임시 수용하는 경유지 역할을 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1950~1970년대 강제 수용, 강제 노역, 폭행, 성추행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벌어졌다. 1958~1974년에만 11만6000여명(중복 포함)이 수용돼 피해를 당했다. 진실화해위는 서울시에 시립아동보호소 사건에 대해 사과하라고 지난 4월 권고하기도 했다.
A씨는 고향 광주에서 서울로 상경해 직장 생활을 하던 중 1976년 8월 시립아동보호소에 강제 수용됐다. 13세였던 그를 남대문경찰서가 가출 소년이라며 잡아들여 인계한 것이다. A씨는 이후 시립아동보호소에서 무임금으로 강제 노역했다. 아침 식사 후 오후 8시까지 백화점 쇼핑백, 플라스틱 조화 등을 만들었다.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했다. 단체 기합 등 가혹 행위에도 시달렸다. 그러다 같은 해 11월 광주의 시설로 옮겨졌다.
A씨는 2023년 12월 서울시와 국가를 상대로 당시 피해에 대해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그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 유사한 인권침해가 다시 자행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원심판결을 지난 2월 그대로 인정했다.
서울시는 위자료 지급까지 마쳤으나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사과를 표명할 계획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지방자치 제도가 시행되지 않아 이 업무는 국가 사무였다”며 “사과를 하더라도 국가와 협의해서 해야 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