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여사가 이재명 대통령과 방일·방미 순방에 동행하며 전통 공예와 음식을 체험하거나, 도서관을 방문하는 등의 ‘문화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이벤트보다는 소박한 생활 문화를 공유하며 상대국과 신뢰를 쌓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여사는 첫 순방을 앞두고 주요 일정과 활동을 직접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부인 요시코 여사와의 전통 매듭 체험은 김 여사가 일본과 한국 모두에게 의미 있는 전통 공예라는 의미를 강조하며 직접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행사에서 두 사람은 함께 매듭을 만들며 친교를 나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꽃꽂이 등 여러 문화 체험 제안이 있었지만, 김 여사가 한·일의 인연을 강조할 수 있는 전통 공예로 매듭을 선택했다”며 “양국에 공통된 매듭법이 있다는 사실을 반가워했고, 순방 전부터 틈 날 때마다 미리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날 국화매듭의 의미를 소개하며 “한·일 양국의 우정이 국화매듭처럼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요시코 여사는 “풀리지 않을 끈끈한 인연을 맺은 것 같다”며 받은 매듭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주인공들이 매듭으로 만든 노리개를 착용한 사례를 언급하며 문화 협력의 가능성도 강조했다.
이튿날에는 교민이 운영하는 한식당을 찾아 부부가 집필한 한식 요리책을 살펴본 뒤 “저도 요리책을 냈다”며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도쿄 메지로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에게는 한국 전통 매듭으로 만든 드림캐처를 선물하며 청년 세대 간 문화 교류도 독려했다.
김 여사의 문화 외교는 미국에서도 이어졌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미국 의회도서관을 찾아 한국 관련 사료를 살펴보며 한국계 직원들을 격려했다. 현존 최고(最古)의 태극기 도안과 ‘김치’의 유래가 기록된 자료 등을 접한 김 여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먼 타지에서도 존중받고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한국계 직원들이 한국 영부인이 미국 의회도서관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며 김 여사를 열렬히 환영했다”면서 “김 여사는 한국계 직원들이 앞으로 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계속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치매 전문 복지기관 ‘인사이트 메모리 케어 센터’의 미술·음악·운동 등 치료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아리랑’, ‘섬집 아기’ 등 한국의 음악을 감상하기도 했다.
순방 기간 김 여사는 한복을 즐겨 입으며 한국의 전통미를 알리는 등 문화 외교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으로도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요소를 중심으로 조용한 내조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워싱턴=최승욱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