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어스를 많은 사람이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고 생각하시지만, 사실은 후기 기독교 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다음 세대가 교회를 빠르게 떠나고 있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5일 저녁 온라인 화상플랫폼 줌(Zoom)에서 열린 ‘IBA 일터선교 컨퍼런스 2025’에서 마지막 강사로 나선 김준영 자이온 대표의 첫 마디였다. 비즈니스선교연합체 IBA(International Business Alliance)가 ‘BAM 일터 현장과 선교적 삶’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콘퍼런스에는 90여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예배팀에서 수제버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배경과 자이온(Zion) 브랜드를 통한 비즈니스 선교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삶의 예배자를 일으켜 모든 영역, 모든 자리, 모든 나라, 모든 세대 속에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을 꿈꿨는데, 하나님께서 질문하셨습니다. ‘너희가 예배당 안에서 예배하지 않는 자들을 예배하게 하려고 하는데 정작 치열한 세속 현장에 침투해본 적이 있느냐?’”
김 대표는 시편 132편 13절에 나온 “여호와께서 시온을 택하시고 자기 거처를 삼고자 한다”는 말씀에서 ‘자이온’이란 이름을 얻었다. “다윗이 여부스족이 다스리던 땅을 하나님 예배하는 땅으로 변화시켰듯 맘몬이 예배받는 비즈니스 세계를 하나님 예배하는 땅으로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첫 매장은 70년대에 지어져 20년간 불법 운영된 보양탕집을 9개월간 공사해 만들었다. 그 결과 서울시로부터 소셜벤처 인증을 받아 법인세 50% 감면 혜택을 10년간 받게 됐다. “세상이 우리에게 ‘너희는 그냥 햄버거집이 아니라 세상을 밝히는 빛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브랜드 철학은 히브리서 13장의 환대다. 김 대표는 “이곳에 오는 손님들을 정성 어린 인사와 정돈된 공간, 마음 담긴 음식으로 환대하는 것이 우리의 예배”라고 설명했다.
그가 공개한 투자자와의 일화는 정직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큰 투자를 제안받았지만 편법적 조건이 붙자 명확히 거절했다. “저는 살아계신 하나님 눈앞에서 깨끗하지 않은 방법으로는 얼마의 돈이든 받을 수 없습니다.” 투자자는 당황했지만 2주 후 다시 연락해 “돈 때문에 안 받는 걸 보니 믿을 만하다”며 정당한 조건으로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송동호 나우미션 대표는 ‘크리스천의 일터와 노동’을 주제로 비즈니스 선교의 성경적 근거를 제시했다. 송 대표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의 정체성은 바로 일하는 존재”라며 “그리스도인들이 믿음이 없는 이들과 관계 맺는 일터가 바로 복음 전도와 변혁을 위한 거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로잔 운동의 총체적 선교 개념을 인용하며 “BAM은 창조 명령과 선교명령을 묶는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들이 비그리스천들과 관계를 맺는 일터가 복음 전도와 변혁을 위한 거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5월 1일을 ‘세계 일터 선교의 날’로 지키자는 제안도 했다. “5월 1일을 목회적으로 중요한 날로 잡아서 각양의 일터에서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 일꾼들의 꿈을 키우는 날로 디자인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욥 선교한국 사무총장은 콘퍼런스 첫 강의에서 “선교는 상태가 아니라 동태”라고 강조하며 “미전도 종족 사역할 때는 복음 선포에 방점을 뒀지만 한국에서는 달라야 했다. 내가 부름받은 곳의 상황에 따라 선교의 블렌딩이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이어 작년 로잔대회에서 마켓플레이스 이슈그룹이 폭발적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 이 시대 일반 영역에서 어떻게 선교적 삶을 살 것인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강의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현장의 생생한 고민이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노동이 돈과 연결되고 생존과 연결되면서 노동이 예배가 되기 어렵다”며 청년세대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송 대표는 “세상 가치에 함몰되지 않겠다는 저항이 우리의 예배 내용”이라며 “구체적으로 훈련을 통해 배우지 않으면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회사에서 복음을 어떻게 전할까”라는 질문에 송 대표는 “먼저 일을 열심히 하고 탁월성을 가져 도덕적 영향력을 얻을 때 우리 말이 설득력이 있다. 직접 복음을 전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내 삶이 그 복음을 전할 만한 설득력을 가졌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콘퍼런스는 2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둘째 날에는 김진수 트리니티소프트 대표의 강의를 비롯해 글로벌 선교 현장, 이주민·다문화 상황, 통일한국 비전, 크리스천의 직장생활, 더브릿지 이야기 등 5개 영역별 소그룹이 운영된다.
셋째 날에는 진경도 지앤즈 대표의 ‘선교지 현장창업 A to Z’와 함께 LADY141 이야기, 글로벌 선교 현장과 실제 과제, 153스트리트 이야기, 일터 현장에서 마음 가꾸기, 북한 내지 & BAM 현장 등의 심화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이다니엘 IBA 사무총장은 “참석자들이 일터 현장 속 복음의 능력이 얼마나 실제적이고 강력한지를 경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비즈니스 세계 속 성전’으로서 우리 주변을 변혁시키는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