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폭염에도 신선한 국산 우유 생산에 총력”

입력 2025-08-26 10:01

폭염과 악화되는 경영 여건 속에서도 국내 낙농가들은 매일 새벽 어김없이 목장 불빛을 밝히며 세계 최고 수준의 ‘국산 우유’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설 투자·사료비 부담, 후계농 부재, 경영주 고령화 등 악재가 겹치며 낙농 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낙농업은 농업 중에서도 가장 고된 분야로 꼽힌다. 젖소는 원유 수급 상황과 상관없이 하루 두 차례 반드시 착유해야 하며, 관리 소홀 시 심각한 질병으로 번질 수 있다. 착유 외에도 급여, 청소, 위생 관리 등으로 하루 일정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진다. 휴식 없는 일상은 낙농가들에게 심리적·신체적 과부하로 이어지고 있다.

경영난은 더욱 심각하다. ‘2024년 낙농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낙농가의 호당 평균 부채액은 5억5700만원으로, 최근 5년간 52% 급증했다. 이는 전국 농업인 평균 부채의 약 13배 수준이다. 부채 원인은 ‘시설투자’가 46.1%로 가장 많았으며, ‘사료 구입’이 19.5%를 차지했다. 시설투자의 상당 부분이 대출에 의존하다 보니 수익 발생 전부터 원리금 상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후계농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낙농가 경영주 중 60대 이상이 56.4%로 절반을 넘어섰고, 70대 이상도 13.4%에 달했다. 경영 기간이 30년을 넘는 경우가 많지만, 전체 낙농가의 32.1%만이 ‘후계자가 있다’고 답했고, 38.9%는 후계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매년 200곳이 넘는 낙농가가 폐업하며 생산 기반 붕괴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고온에 취약한 젖소의 특성상 착유량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안개분무기·대형선풍기·차광막 설치 등 폭염 대응 시설까지 추가 투자해야 했다. 생산비 부담이 가중되자 낙농가의 경영난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낙농가들은 위생적이고 건강한 원유 생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기 포천시에서 젖소를 사육하는 박호진 덕흥목장 대표는 젖소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는 “송아지 때 건강하면 80%는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작은 증상도 놓치지 않고 관리한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고온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운동장 면적 대비 실링팬을 많이 설치하고 스프링클러, 차광막 등을 활용해 환기와 바닥 건조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덕흥목장은 이 같은 세심한 관리로 체세포 수 평균 6만을 기록, 5년 연속 ‘유질등급 우수표창’을 받았다.

국내 원유 위생 기준은 국제적 수준을 넘어선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체세포 수 1등급 기준은 ㎖당 20만개 미만인데, 이는 뉴질랜드·네덜란드보다 엄격하다. 세균 수 역시 ㎖당 3만개 미만으로, 덴마크·프랑스 등 선진국보다 강화된 기준이다.

낙농업 관계자는 “국산 우유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철저한 관리와 노력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는 낙농가의 땀과 정성이, 오늘도 ‘신선한 우유’라는 이름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포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