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대신 미군기지 부지?…트럼프 “군사 기지 소유권 갖고 싶다”

입력 2025-08-26 09:13 수정 2025-08-26 09:34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기지의 부지 소유권을 미국이 넘겨받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한국을 ‘머니머신’이라고 부르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왔는데 이날은 미군 기지 소유권 요구 의사를 직접 밝혔다. 미국이 주한미군기지의 소유권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큰 군사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한국으로부터 넘겨받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 부지를 짓는데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한국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 계약을 해지하고 대규모 군사 기지가 있는 땅의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는“우리(한·미)는 군사적으로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은 우리에게 땅을 줬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사실은 임대한 것이다. ‘주는 것’과 ‘빌려주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냐는 질문에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또 “우리는 한국에 4만명 이상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내 임기 중에는 한국이 그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기로 동의했다”며 “그런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 한국은 제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불평했고, 바이든은 그 비용을 받지 않기로 했다. 수십억 달러를 포기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주한미군은 2만8500명으로 트럼프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2조에 따라 미군이 사용하는 토지와 시설은 한국 정부 소유다. 대신 기지 내 관리와 출입 통제 등 운영권은 미군이 행사한다.

트럼프가 이날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인상 대신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거론하면서 향후 ‘동맹 현대화’ 논의에서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언급한 한국의 주한미군 기지로는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가 대표적이다. 해외 미군 기지 중 가장 큰 규모인 캠프 험프리스는 과거 서울 용산과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던 미군 부대를 이전해 통합한 것이다. 트럼프도 2017년 한국을 국빈 방문 했을 당시 헬기를 타고 기지를 둘러본 바 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관련 논평에서 “안보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자체 방위비 지출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오늘 심지어 한국에 주둔한 미군기지를 미국이 소유해야지 임대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는데 이는 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수용 불가능한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가 ‘영토’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병합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한국이 미국의 최대 무기 구매국이라는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우리 군사장비의 주요 구매국이니까 이것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미국산 무기 구매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