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군대 가야죠”…레슬링 전국 1위 여자 초등생의 ‘꿈’

입력 2025-08-26 07:30 수정 2025-08-26 08:49
전국레슬링대회에서 개인전 3연속 우승을 차지한 약동초교 6학년 임하경 양이 금메달을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칠곡군 제공


레슬링 남녀 통합 경기에서 태클 하나만으로 남자 선수들을 꺾고 전국 1위를 거머쥔 12살 소녀가 있다.

경북 칠곡군 약동초 6학년 임하경 양이 그 주인공이다. 하경 양은 화려한 기술 대신 가장 기본적인 태클 하나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레슬링계를 놀라게 했다.

하경 양은 레슬링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초등부 남녀 통합 –60㎏급 자유형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녀가 레슬링에 입문한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입문 초반, 하경 양은 매트 위에서 번번이 패하며 눈물로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레슬링을 시작한 뒤 3개월 동안은 “그만 두겠다”며 울며 떼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이를 악물고 버티며 어느새 패배를 이기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성장한 소녀는 불과 1년 만에 전국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하경 양이 처음 우승을 거둔 것은 지난 4월 전남 장흥군에서 열린 전국레슬링대회였다.

이어 6월 ‘제50회 KBS배 양정모 올림픽 제패 기념 전국레슬링대회’에서도 남자 선수들을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체격이 훨씬 큰 레슬링 강국 카자흐스탄의 유망주 여자 선수와 맞붙어 승리를 거두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24일 열린 ‘제53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학생레슬링선수권대회’까지 제패하며 하경 양은 개인전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김재욱 칠곡군수(왼쪽)가 퇴근 길에 전국레슬링대회 3연속 우승을 차지한 임하경 양(가운데)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버지 임종구 씨. 칠곡군 제공


하경 양의 훈련에는 아버지의 이루지 못한 꿈과 군 시절 경험이 담겨 있다.

아버지 임종구(50) 씨 역시 고등학교 시절 레슬링 선수였지만 ‘정상에 오르겠다’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임 씨는 해군 특수부대에서 배운 ‘될 때까지 한다’는 UDU 정신을 딸에게 가르쳤고 하경 양은 울음을 땀으로 바꾸며 강해졌다.

하경 양은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빠가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해서 버텼고 지금은 레슬링이 너무 재미있다. 매트 위에 서면 오히려 신나고 우리나라 최초 여자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레슬링을 오래 배운 또래들과 달리 하경 양의 무기는 아주 단순하다. 수십 가지 기술 대신 태클 하나에 집중했다. 기본기에 충실한 집념은 누구도 쉽게 꺾지 못했다.

국가대표 출신의 해설진들은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이기는 모습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하경 양은 “금메달을 딴 뒤에는 특수부대에 들어가 군 복무를 하고 싶다. 여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군 생활이 끝나면 셀럽이 돼서 영향력을 넓히고 유튜브로 번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강한 정신력으로 우승한 하경 양은 칠곡의 자랑이자 우리 아이들의 새로운 희망”이라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칠곡군민과 함께 지속적으로 응원하고 관심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