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저이전 의혹’ 키맨 김오진 “기억 못해 답답해 미치겠다”

입력 2025-08-26 05:00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압수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의 키맨인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한남동 관저 공사업체로 신생·소규모 인테리어 회사였던 21그램이 선정된 경위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 저도 답답하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윤석열정부 초기에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맡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에서 관저 이전 공사업무의 실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김 전 차관은 최근 서울 강남구 자택 인근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21그램을 추천한 인사를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정신이 없을 때였고 저도 그때 일을 다 기억을 못 한다”며 “기억을 다 못해서 저도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에서 부르면 갈 것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차관은 21그램을 추천한 윗선이 누군지에 대해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김 여사가 추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1그램은 윤석열정부 초기 한남동에 있던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결정한 뒤 관저 증축·리모델링 공사를 맡았다. 그런데 21그램이 관저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입찰받는 과정에서 김 여사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21그램은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를 후원했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의 설계와 시공을 맡아 김 여사와 ‘특수 관계’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해 9월 발표된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인수위 내 관련된 분들, 경호처 등에서 업체들을 찾아 추천했고 21그램을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어서 그분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업체의 보안 유지 가능성을 판단했다”고 밝혔다. 21그램 추천 주체에 대해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김 여사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가 저한테 직접 (21그램을) 추천한 적이 없다”며 “집무실이 급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관저 이전 공사는)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고 말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와 관련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의 서울 성동구 사무실을 지난 13일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청와대 이전 TF 관계자 간 진술이 어긋나는 지점도 있다. TF 부팀장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1그램의 존재를) 나중에 알았다. 계약 끝나고 공사를 시작하면서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을 통해 알았느냐”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예,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은 이와 관련 “김용현 전 장관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들어보지 않았고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저는 모르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는 김 전 차관에게서 21그램의 존재를 들었다는 김 전 장관의 발언과는 상충하는 것이다.

앞서 감사원은 21그램이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발표했으나 업체 선정 과정에 있어 김 여사 등 ‘윗선 개입’ 여부는 파악하지 않았다. 특검은 김 전 차관 등 관저 이전 업무를 맡았던 청와대 이전 TF 관계자들을 불러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전망이다.

이서현 구자창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