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숲을 이루며 물고기들의 산란장과 서식지가 되는 해조류 ‘모자반’이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연안에서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제주대 연구진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괭생이모자반, 큰열매모자반, 쌍발이모자반, 구슬모자반 등 4종의 미래 분포를 예측했다. 분석 결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 사회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배출이 늘어나는 고탄소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하며 국내 연안에서 종 다양성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보호 체계다. 연구에 따르면 잠재적 모자반 서식지의 47~61%만이 현재 해양보호구역에 포함돼 있었다. 이는 절반 이상이 보호 장치 없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보호구역 확대와 함께 금융·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자반은 바다숲을 형성해 수산자원의 산란장과 먹이터를 제공할 뿐 아니라 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 자원으로도 주목받는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단순한 생태 연구를 넘어 향후 해양 정책과 산업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Biology에 실리며 ‘Feature Paper(주목할 만한 논문)’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해양보호구역 확충 등 정책적 논의를 촉진할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며 “모자반 보전을 통해 해양 생태계와 산업 경쟁력을 함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