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새 평산마을과 봉하마을을 찾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정치 개혁과 불평등 해소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최대 기치였던 검찰개혁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혁신당의 향후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설에 선을 그은 것이다.
조 원장은 2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수시로 눈가를 훔치며 헌화·분향을 마쳤다. 방명록에는 ‘돌아왔습니다. 그립습니다.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직후 기자들과 만난 조 원장은 “검찰·사법·방송개혁은 올해 연말이면 과거의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범여권 차원에서 ‘3대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혁신당도 중장기적인 목표 재설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첫손에는 정치개혁을 꼽았다. 혁신당을 비롯해 지금보다 다양한 세력이 정치권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기후위기가 심각한데, 기후위기를 전담하는 정당이 한두 석이라도 (원내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투표의 비례성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불평등 해소도 내세웠다. 민주당이 중도보수화하는 정치지형에서 진보 진영을 점하겠다는 전략의 연장선상이자, 혁신당이 줄곧 주장해 온 ‘사회권 선진국’과도 일맥상통한다.
전날부터 부산 민주공원과 봉하마을, 평산마을을 차례로 찾은 조 원장은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초에도 닮은꼴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당시엔 문 전 대통령을 만나 창당 의사를 밝혔고, 민주공원에서 이를 공식 발표했다.
지방선거·재보궐선거를 9개월여 남겨두고 유력 차기 당대표가 봉하마을에서 메시지를 낸 것은 혁신당의 ‘자강론’에 힘을 싣는 행보로 풀이된다. 조 원장은 민주당과의 합당설 관련 질문에 “정상적 진보와 정상적 보수가 경쟁·협력하는 지형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관계를 형성하는 게 좋은지 물어야 한다. ‘합당은 옳고 (합당이) 아닌 건 틀렸다’는 식으론 올바른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 원장은 오는 26일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사흘간 호남에서 종교계 인사 예방, 청년 간담회 등 공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후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그는 “TK를 통상 민주 진보 진영의 험지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조 원장 본인은 일련의 행보가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과 거리를 뒀다. 그는 “지선용으로 생각하는 분도 계신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라며 “저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직접 드리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김해=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