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슈퍼주니어가 데뷔 20주년 콘서트 ‘슈퍼쇼10’으로 ‘마흔이 되어도 함께 하자’던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열린 공연장은 팬들이 밝힌 슈주의 상징색 펄 사파이어 블루빛 응원봉 물결로 가득찼다.
‘평균 나이 40세’가 된 9명의 멤버들은 “현존하는 아이돌 최고 고령 그룹, 대한민국 아이돌 고령화의 주범”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스스럼 없이 던진 농담에서 20년차 아이돌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리더 이특은 “많은 사람들이 ‘쟤네 안 될 거야, 지쳤을 거야’라고 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제발 그만해. 저러다 20년, 30년 더하겠어’라고 느끼실거다. 슈주가 ‘ing’라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지난 22일부터 3일간 열린 이번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총 3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객석에는 10대부터 40대 이상, 세대를 아우르는 팬들이 가득 찼고, 원조 한류 아이돌 그룹답게 일본과 중국에서 온 팬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첫 곡은 2005년 데뷔 당시 발매했던 ‘트윈스’였다. 싱글 1집 타이틀곡 ‘유’ 무대에서 초창기 뒤늦게 합류한 규현이 등장하며 완전체를 이뤘다. 8집 타이틀곡 ‘블랙 수트’와 7집 타이틀곡 ‘마마시타’가 울려 퍼지자 객석에서는 노래에 맞춘 응원과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후 ‘로꾸거!’, ‘미스터 심플’, ‘쏘리 쏘리’ 등 시대를 대표한 히트곡이 쏟아졌다. 정규 12집 수록곡까지 아우른 31곡의 세트리스트는 팀의 발자취를 압축했다. 멤버들은 “나이를 합치면 360세가 넘는다”는 셀프 디스에도 불구하고 내공이 빛나는 무대를 선보였다.
20년차 아이돌의 노하우와 진심이 압축된 무대였다. 은혁은 세트리스트와 퍼포먼스 전반을, 신동은 비디오 연출을, 이특은 관객과의 소통 기획을, 예성은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희철은 악기 연주를 맡아 공연 완성도를 높였다.
은혁은 “과거 슈퍼쇼에서 ‘마흔이 되어도 곁에 있어 달라’고 했는데 정말 40살이 됐다”며 “그때는 꿈처럼 한 말이었는데 현실이 돼서 너무 행복하다. 경기장을 가득 채워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아이돌 시장의 빠른 세대교체에도 불구하고 원년 멤버 그대로 20년을 이어온 슈퍼주니어는 2세대 K팝 그룹 중에서도 보기 드문 존재감을 자랑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를 확산시킨 주역으로, 유닛 활동과 예능 출연, 해외투어 모델을 구축하며 K팝 산업 성장에 기여했다. 2008년 시작된 월드투어 콘서트 브랜드 ‘슈퍼쇼’는 지금까지 누적 약 33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데뷔 때부터 슈퍼주니어와 함께해온 팬들에겐 이날 공연이 더욱 각별했다. 배모(34)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정말 힘들었는데, 슈퍼주니어 덕분에 웃고 울 수 있었다. 애정이었다가 애증이었다가 지금은 진한 정”이라며 “20주년 콘서트는 슈퍼주니어가 누군지 말해주는 기록이자 존재의 증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팬 A씨(30)는 “‘늘 영원하자 오래보자’고 했었는데 예전엔 그 말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다면 이제 진짜 실현되는 과정”이라며 “디너쇼에서 좋은 밥 먹고 오빠들은 보청기 끼고 노래 부르는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슈퍼쇼10’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슈퍼주니어는 다음 달 홍콩, 자카르타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전 세계 16개 지역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