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 강제 인사, ‘인싸견’ 대신 ‘문제견’ 만든다 [개st상식]

입력 2025-08-26 11:05 수정 2025-08-26 11:05
개st상식은 반려동물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멍냥 집사부터 전문가까지. 동물분야 소식을 매일 받아보고 싶다면 개st상식을 구독해주세요.

낯선 사람에게 불쑥 다가가는 사람이 거의 없듯이, 개들도 낯선 개와 마주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가급적 거리를 두고, 다른 개가 있어도 침착함을 유지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산책 중 반려견이 보호자 손에 이끌려 낯선 개와 인사하는 장면을 흔히 봅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다고 불쑥 다가가거나 포옹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개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개와의 인사가 자연스러운 일일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낯선 개와의 인사는 개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들 가운데는 자신의 개가 이웃의 모든 개와 두루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산책 중 반강제적인 사교활동이 빈번한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견주에 의한 반강제 인사가 반려견의 사회성 발달에 도리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합니다. 성견들은 대체로 낯선 개와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 개가 친구를 사귀기 싫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낯선 개와 거리를 유지하고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자제할 줄 아는 개일수록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습니다. 무작정 인사를 하기보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 필요한 단계와 예절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사회성 발달의 핵심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개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보호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미국애견연맹(AKC) 보고서 ‘산책 중 반려견 간의 인사가 사회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토대로 반려견 산책 중 보호자의 적절한 행동 요령을 알아보겠습니다.

부상과 질병 우려…직접 인사 피해야

낯선 개와 마주치면 자칫 다치거나 질병이 옮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 개가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전염병을 앓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 상대방 개가 과거 다른 동물과 교감하다 부정적인 경험을 했거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 훈련 중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속사정도 모르고 다가가면 반려견이 싸움에 휘말려 다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다른 개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심할 경우 공격성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예방접종 여부, 건강 상태를 모르는 낯선 개와의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익숙해진 뒤 이웃 개와 교감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AKC는 반려견에게 소통보다는 자제를 가르치는 것이 사회성 발달에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합니다. 다른 개에게 관심을 가질 때에는 관심의 대상을 보호자로 돌리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낯선 개를 마주친 경우 그 개에게 달려가고 싶은 욕구를 자제시키고 대신 보호자에게 집중하면 간식을 주는 겁니다. 관심의 대상을 보호자로 전환하는 교육은 생후 6개월 미만 강아지일 때 가르치기 쉽지만 성견도 꾸준히 연습하면 습득할 수 있습니다.

북적이는 공공장소를 방문하더라도 반려견의 관심 1순위는 보호자가 돼야 합니다. 동네 산책을 가든, 동네 개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든 반려견이 다른 개들과 노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와 소통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게끔 훈련해야 합니다. 낯선 개만 보면 달려드는 습관을 끊는 것만으로도 반려견과의 외출이 한결 편해질 겁니다.

거리 유지하기, 교육법은?

반려견이 순하더라도 외부에서 다른 개를 만난다면 둘 사이에 가급적 거리를 둬야 합니다. 서로를 덜 신경쓸수록 개들은 차분해집니다. 맞은 편에서 다른 개가 다가온다면 다른 길로 피하거나, 보호자가 개들 사이로 걸어 둘의 접촉을 막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점점 더 쉽게 다른 개들을 무시할 겁니다.

간식, 장난감 등 보상과 칭찬을 섞으면 교육이 한결 편해집니다. 평소 반려견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간식을 흔들어서 다른 개와 거리를 두도록 연습하는 거죠. 보상을 건네면서 “잘했어” “이리 와” 등 신호음을 섞으면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연습 성공률이 높아질 때마다 보상을 줄여나가면 나중에는 보상 없이도 거리두기가 가능해질 겁니다. 처음에는 인적이 드문 환경에서 시도하고, 점차 붐비는 곳으로 옮겨가기를 권합니다.

간식이나 칭찬이 잘 통하지 않는다면 전문가들은 ‘시선집중’ 교육을 권장합니다. 이 교육은 외부 환경이 아무리 산만해도 반려견이 보호자에게 의지하도록 돕는 데 효과적입니다. 다른 반려견을 보고 과하게 흥분하는 개를 진정시키는 데에도 좋은 방법이죠.

교육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간식을 손에 들고 당신의 코나 눈 사이로 가져가세요. 반려견은 간식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당신과 눈이 마주칠 겁니다. 반려견의 시선이 당신과 마주치면 칭찬하고 간식을 주세요. 익숙해지면 빈손으로도 반려견의 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시점이 올 겁니다. 나중에는 손 신호에 “집중” “눈” 등의 신호음을 섞어서 구호만으로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어떠한 외부 자극에도 동요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집중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어딜 가든 불청객은 있기 마련입니다. 제대로 교육되지 않은 사나운 개가 다가오면 잘 훈련된 개라도 마찰을 빚을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낯선 개가 다가올 때 최선은 피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굳이 다가온다면 상대 보호자에게 “저희 개는 교육 중이에요” “미안하지만 거리를 유지해주세요”라고 거절 의사를 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반려견들이 목줄 없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프리쉬 구역에서는 어떨까요? 내 개가 다른 모든 개와 친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보호자의 마음인데요. 이는 소셜미디어에 퍼진 환상일 뿐이라고 AKC는 지적합니다. 낯선 개와 단숨에 친해지는 개는 거의 없습니다. 오프리쉬 구역에서는 개들이 서로를 쫓고 쫓기는 상황이 많이 연출되는데요. 사이좋게 노는 것 같지만 오히려 몰이 사냥하듯 특정 개를 괴롭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억지로 낯선 개와 만났다가 없던 공격성이 생길 수 있으니 굳이 오프리쉬 구역을 찾아가 ‘인싸견’ 흉내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친해진 이웃 개와의 오프리쉬 교감은 괜찮습니다. 개들도 익숙한 개와의 교감은 좋아하거든요. 산책길에 여러 번 마주치면서 익숙해진 동네 개와 놀이시간을 정해 오프리쉬를 시도해보기를 권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