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약 400번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두려워 말라’는 권면이 가장 많습니다. 여호수아에게 하신 말씀처럼 저도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는 명령을 붙잡고 실천신대 총장직을 시작합니다.”
25일 경기도 이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실천신대) 채플에서 제8대 총장으로 취임한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목사는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국민일보와 만난 정 목사는 이순신 장군의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는 각오를 언급하며 “한국 신학대학들이 위기를 맞았지만 남은 힘을 모아 학교와 교회를 살리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2019년 조기 은퇴를 선언한 뒤 교회 울타리 안팎에서 새로운 사역을 열어왔다. ‘비빌 언덕 프로젝트’로 40명의 자립준비청년과 관계를 맺었고 최근에는 탈북 청년들을 지원하고 있다. 반찬 배달, 상담, 긴급재정 지원, 취업 연계까지 전방위로 돕는다. 그는 또 농어촌 교회를 대상으로 냉난방 지원을 펼치는가 하면 목회자 직업훈련과 AI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교회와 목회자들의 실질적 필요를 채워왔다. ‘나는 죽고 교회가 사는 길을 걷겠다’는 뜻의 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을 외쳐온 그는 이제 “내가 죽고 학교가 사는 길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천명했다.
그는 신학 교육의 현실도 솔직하게 짚었다. “지금 모든 신학 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단 배경이 없는 실천신대는 더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실력 있는 교수와 신실한 교직원, 각처에서 기도하는 동문이 있습니다. 조건 없이 헌신해주신 후원자들도 있습니다. 그 격려와 성원이 저에게 용기를 줍니다.”
정 목사는 실천신학의 사명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근대 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슐라이어마허를 언급하며 “실천신학은 신학의 왕관”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왕관’이란 신학이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교회와 사회, 목회와 환경을 연결하는 가장 융합적이고 실제적인 학문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신학은 삶으로 드러나야 하고 신앙은 실천으로 증명돼야 한다. 실천신대가 그 일을 감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개회 예배 설교를 맡은 박노훈 신촌성결교회 목사도 “신학은 책상 위 이론이 아니라 삶의 거룩한 실천에 있다”며 “반세기 목회 현장에서 그 길을 걸어온 정성진 목사의 부임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실천신대 이사장을 지낸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축사에서 “신학은 하나님을 직접 말하는 게 아니라 반사하는 학문”이라며 “예수 그리스도가 ‘한 마리 양’으로 오셨듯 실천신대가 한국교회를 위한 한 마리 양의 역할을 감당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목사는 이날 취임사에서 “기독교인은 은퇴가 없는 순례자”라며 “고난이 있어도 성령의 도우심을 믿고 전진한다. 이 길을 위해 함께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실천신대는 초대 총장인 고 은준관 박사가 2005년 세웠다.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아 현장과 신학을 연결하는 실천 중심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이천=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