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국가로 보기 어렵다” 美 관세협상 합의 막판 되치기…전방위 디테일 요구

입력 2025-08-25 13:20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상·안보 등 전방위적 영역에서 ‘홀 패키지’로 한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관세 협상 당시 안보 영역보다는 통상 영역에서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데 집중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미국이 통상이든 안보든 전방위적으로 요구 사항이 많다”며 “원래 예상한 측면들에 대해 더 디테일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안보 영역의 요구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관세 협상 당시 미국은 통상·안보를 ‘홀 패키지’로 묶어 접근하는 우리 정부와는 달리 통상 분야에 집중했는데,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이른바 ‘동맹의 현대화’ 차원에서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 나아가 양안 문제를 염두에 둔 대중 견제 동참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간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 미 국무부는 “두 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 억지력을 강화하고 집단적 방위 분담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관심사는 (방위비) 분담 문제이며, 한국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은 쌀·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 카드도 다시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협상 당시 농산물 추가 개방은 합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농산물 개방을 합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통상 사정에 밝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번 합의에 이르지 않은 것들을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꺼낸다는 게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서는 할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비·방위비 인상 등 총체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미국이 농산물 등 여러 카드를 던지는 것”이라며 “전체 판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라인에선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금액을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앞서 조선 협력 펀드 1500억 달러, 반도체·원전·2차전지 등 대미 투자 펀드 2000억 달러를 조성을 약속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직접 투자 비중은 매우 낮을 것으로 설명했는데, 미국 측에서는 직접 투자 비중을 늘리고 투자 금액의 구체적 조달 시기와 수익 배분 등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협상 타결 이후 “수익 90%는 미국 국민에게 간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이 ‘홀 패키지’로 통상·안보를 연결하는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게 정부로선 위기이자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홀 패키지’ 연계를 통해 통상과 안보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려 했던 것은 협상 초기부터 견지했던 우리 정부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협상 막바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정부 숙원사업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은 2015년 개정된 협정에 따라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만 20% 미만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제한되는 상태다. 미국은 협정 개정이 핵무기 제조의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단 이유로 협정 개정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협정과 관련된) 진전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핵 추진 잠수함 도입 등 문제도 상황에 따라 의제가 될 수 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양 정상이 만난 상태에서 갑자기 요구가 나오는 것보다 사전 조율의 과정이 있는 게 더 낫다”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끄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마지막까지 미국과 논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우리에게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