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전164기’ 플리트우드 “나는 해낼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살아있는 증거다”

입력 2025-08-25 11:40 수정 2025-08-25 11:41
25일 막을 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토미 플리트우드가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5일 막을 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토미 플리트우드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쏟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 그게 내 이야기였다.”

25일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의 감격을 맛본 토미 플리트우드(영국)가 밝힌 163전164기의 의미다.

그는 앞서 출전한 163번의 대회에서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마지막날 2타를 줄여 투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린 최초의 선수가 됐다.

대회를 마친 뒤 가지 기자회견에서 플리트우드는 “실패 경험이 쌓이다 보니 당연히 여러 생각이 스쳐 갔다”라며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좋은 태도를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경기 중간에 조금은 기복이 있었는데, 11번 홀, 12번 홀쯤에서 다시 스윙을 찾았고, 루틴을 조금 바꿨다. 그래도 여러 번 (우승 기회)놓쳤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마지막에 3타 차 리드를 하고 있어도 그렇게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대회 개막전에 가졌던 인터뷰에서 투어 챔피언십 출전과 페덱스컵, 그리고 PGA 투어 첫 승이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꿈을 이룬 것에 대해 그는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승을 했든 못 했든, 내 커리어 자체에 자부심이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사실 이번 승리가 그 사실을 바꾸는 건 아니다”고 했다.

플리트우드는 이어 “다만 이게 앞으로 여러 승리 중 첫번째가 되기를 바란다. 첫 승이 없으면 많은 승리도 있을 수 없다”라며 “오늘 해냈다는 사실이 기쁘고, 나의 노력과 태도가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플리트우드는 ‘필드의 예수’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 따뜻한 마음, 환한 미소 때문이다. 당연히 엄청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오늘 팬들의 응원이 정말 놀라웠다. 사실 조금 감정이 복받쳤다. 나는 늘 많은 응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운이 좋다. 최근 한 달 정도 계속 우승 경쟁을 하면서도 엄청난 응원을 받았는데, 오늘 같은 순간에 그런 응원을 다시 받으니 정말 특별했다. 나는 절대 그 소중함을 잃고 싶지 않다”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플리트우드는“내가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하는지 알았으면 한다. 나는 우리가 함께 해냈다고 말하고 싶다”며 “오늘은 정말 그렇게 느꼈다. 나를 응원해주고, 지금까지 지지해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번 플리트우드의 우승은 아직 우승이 없는 많은 선수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그들에게 어떤 교훈이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나의 이야기가 크든 작든 간에 결국은 끈기와 계속해서 그 자리에 서려고 노력한 이야기였다”고 자신의 실패를 평가했다.

그는 이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가장 쉬운 선택은 잠깐 낙담하거나, 조금은 그 영향을 받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매번 기회를 놓치거나 다른 선수에게 졌을 때도 늘 다시 그 자리에 서고 싶다고, 또 다른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해왔다”고 자신이 실패를 이겨낸 경험을 설명했다.

플리트우드는 이번 우승이 그런 노력이 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에는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내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준 것 같다. 계속해서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모습을 좋게 평가해줬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지금은 우승했으니 이렇게 말하기가 더 쉽다. 하지만 오늘도 우승하지 못했더라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또 다른 기회를 원하고,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결국 내가 증명할 수 있었던 건,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바로 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커리어에서 ‘생애 첫 승’이라는 딱지가 사라진 것에 대해 플리트우드는 “사실 그 이야기가 사라진 건 조금 아쉽다”고 웃으며 “이상하게도 그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은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끈기를 가지고 다시 도전하면서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아이들이나 골퍼를 꿈꾸는 이들, 혹은 스포츠에서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라며 “어려운 패배 이후에도 다시 일어나 도전하고, 계속 노력하면서, 다시 그 자리에 서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태도를 보여주었고, 결국은 해낼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것이 진심으로 기쁘다.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살아 있는 증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