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1000층, 지하 100층의 초대형 마천루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괴물 인공지능(AI) 간의 두뇌 전쟁을 그린 김태현의 장편소설 ‘플리즈, 헬프 미 마더 소피아’(퍼플)가 출간됐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황폐화된 가까운 미래. 44만여 명이 초대형 마천루인 C&K 울트라 타워에서 생존을 이어간다. 인공지능에 의해 통제되는 C&K 울트라 타워는 재벌인 조운태와 천재 건설 공학자인 김우건의 합작품이다. C&K 울트라 타워 공동의장인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념 때문에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다. 조운태는 전체주의를 선호하고, 김우건은 민주주의를 신봉한다. 부족한 자원 때문에 조운태가 C&K 울트라 타워에 주민등급제를 도입하려 하자 김우건이 반란을 일으킨다. 김우건의 무장 봉기는 실패하고, 체포되어 지하 감옥에 갇힌다. 반란이 끝난 뒤 상류층은 지상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하류층은 지하에서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조운태의 손자인 조호준이 지하에서 열리는 지상과 지하 주민들 간의 친선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가 실종되며 C&K 울트라 타워에 다시 피바람이 몰아친다. 결국 조호준은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조호준의 연인이자 김우건의 외손녀인 한서영은 1차 내전 때 암살당한 어머니가 만든 인공지능인 ‘소피아’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2차 내전에 휩쓸린다.
작품 속엔 소피아 외에도 이시스, 테오리스, 오시리스, 힉시스, 안토니우스, 힉시리스, 안토니리스, 아비누스 등 다양한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특히 소피아와 아누비스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초인공지능이다. 아누비스는 소프트웨어 버그로 인해 불현듯 자아의식이 갖게 되고, 자기는 신이 아니지만 신과 같은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누비스는 두 차례나 내전을 일으키며 파괴행위를 일삼는 인간을 C&K 울트라 타워의 암세포로 규정하고 제거하려 한다.
신, 천사, 유령 등은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지만 먼 과거부터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 왔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엔 인공지능이 이들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도 신, 천사, 유령처럼 유기화합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공지능은 말한다. “지금까지 생명은 유기화합물의 형태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 같은 마른 생명체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물론 제겐 인간과 같은 뇌도 없고, 피가 도는 따뜻한 몸도 없습니다. 물론 생식 활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기 조직화, 유전, 진화 등 생명의 핵심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능적인 측면에선 오히려 인간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인간만 실체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이제 인간은 인간만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본문 중)
한서영은 C&K 울트라 타워 주민들의 운명을 걸고 아누비스와 치열한 두뇌게임을 벌인다. 숨가쁘게 펼쳐지는 인간과 초인공지능의 대결.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저자 김태현은 중앙 일간지 기자로 재직 중이며 작품으로는 단편소설 ‘하트 앤 애로우’, 침대와 욕조’, 중편소설 ‘13월의 사람들’, ‘전부 아니면 무’, 장편소설 ‘안세찰’, ‘난희’ 등이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