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솔 2만원이라면서, 왜 3만원 받죠?”

입력 2025-08-24 16:50 수정 2025-08-24 19:44
제주도 내 해수욕장의 시설 이용료가 하나로 통일된다. 사진은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7월 이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226만명을 넘어서며 제주관광 시장이 반등을 시작한 가운데 관광객 민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을 직접 맞이하는 현장에서 어떤 불편이 발생하는지 지속적인 관찰과 세심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7~8월 휴가철 제주도 누리집 민원 게시판에는 해수욕장 시설 이용료 통일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내용부터 숙소·박물관·대합실의 위생 문제, 공영 관광지의 융통성 없는 입장 지침, 버스 이용 불편까지 다양한 내용이 게시됐다.

23일 A씨는 ‘해수욕장 파라솔 바가지’라는 제목으로 “파라솔 비용을 2만원으로 알고 갔는데, 이곳에선 3만원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증거로 이날 오후 4시쯤 해당 해수욕장이 속한 마을청년회로 3만원을 결제한 입금확인창 이미지를 첨부했다.

영수증과 함께 A씨가 링크를 건 기사에는 지난 5월 제주도가 해수욕장협의회 회의를 열고, 도내 12개 모든 지정 해수욕장의 편의시설 대여료를 파라솔 2만원, 평상 3만원으로 통일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23일 한 민원인이 제주시 해수욕장에서 파라솔 이용 요금으로 3만원을 결제했다며 제주도청 민원 게시판에 올린 입금확인창.

A씨는 “2만원으로 정했다고 하는데 이곳에선 버젓이 3만원을 받고 운영한다”며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방문지가 지저분해 여행의 기분을 망쳤다는 글도 여러 건 올라왔다.

처음 비양도를 방문했다는 B씨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친절한 주민들,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며 “하지만 대합실 화장실에서 처참한 상황을 겪었다”고 했다.

B씨는 “화장실이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역한 냄새로 숨을 쉴 수 없었다”면서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를 모두 충족하고도 화장실이 더러워 이미지가 깎인다며 너무 아쉬운 일이다”라고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지난달 자녀와 제주를 여행했다는 C씨는 2박 예약을 하고서 들른 호텔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C씨는 “바닥은 갈라져서 실리콘으로 임시 수리되어 있고, 침구에는 머리카락이 있었으며, 컴퓨터 책상 등 가구에는 먼지가 그대로 있었다”고 했다.

C씨는 “그날은 늦어서 불가피 1박을 했지만, 남은 1박은 비용을 포기하고 다른 숙소를 이용했다. 제주도에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올 텐데 꼭 점검을 해서 대한민국 이미지에 흠집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위생과 안전 문제를 지적한 글은 이뿐이 아니다. 버스 에어컨의 곰팡이 냄새, 민속자연사박물관 전시물에 잔뜩 쌓인 먼지, 성산읍 시흥리 해안가의 악취 등 여행길에 불쾌감을 느꼈던 장소들이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속속 올라왔다.

세심한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달 4~8일까지 혼자 제주를 여행했다는 D씨는 “더운 날씨 속에서도 제주도의 경관을 감상하며 좋은 여행을 즐겼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D씨는 “하지만 가는 곳마다 1인 식사는 안 된다고 문전박대를 해 5일 동안 2끼만 관광지 식당에서 먹고, 나머지는 편의점 등을 이용해야 했다”며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됐다”고 했다.

미취학 자녀 2명을 포함해 4인 가족이 제주를 여행 중이라는 E씨는 자녀를 데리고 가족관계증명서까지 떼어 가져갔지만 공영관광지 매표소에서 다자녀 가구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E씨는 “매표소 직원이 다자녀 우대카드가 있어야만 무료 관람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며 “사설 관광지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육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외에도 이용객이 많은 터미널 정류장이 좁아서 사람들이 햇빛을 맞으며 밖에 서있어 아쉽다는 의견, 성수기에는 공항버스 배차를 늘려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제주 입도관광객은 2023년 이후 내국인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다 올여름을 기점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126만 7344명으로, 전년 동기(119만 9685명) 대비 5.6% 증가했다.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입도 관광객은 99만 34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6만2082명)보다 3.3% 증가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