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과 유튜브 등 글로벌 영상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콘텐츠 현지화의 핵심인 더빙 분야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급증하는 수요에 ‘인공지능(AI) 성우’의 기세도 심상치 않다. 다양한 언어 구현이 가능할 뿐아니라,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월등한 효율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플랫폼의 경우 속속 자체 AI 더빙 기능을 탑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력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들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빙은 콘텐츠의 성공적 현지화에 꼭 필요한 요소다. 특히 언어와 문장 구조가 복잡한 국가의 경우 더빙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2022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브라질 등 남미 국가에서는 더빙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넷플릭스도 최근 콘텐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더빙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시 최대 30개국 언어로 더빙을 지원하고, 일반 작품도 평균적으로 10개 언어 더빙판을 구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K-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AI 더빙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FAST)와 AI 더빙 기술을 결합하는 80억원 규모 ‘K-FAST 확산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AI 더빙 특화 지원 사업 주관사로는 이스트소프트가 선정됐다. 이스트소프트가 운영하는 AI 더빙 플랫폼 ‘페르소닷에이아이’의 기술을 통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 등 200시간 분량의 K-콘텐츠가 현지화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페르소닷에이아이는 텍스트 입력만으로 110개 언어 음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AI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음성에 다양한 감정을 담거나,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더라도 매끄럽게 더빙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I 더빙 스타트업 허드슨에이아이와 비브리지도 사업에 이름을 올렸다. 허드슨에이아이는 AI 더빙 서비스 ‘팀버’를 방송사와 언론사, 콘텐츠 창작자에게 제공한다. 오디오 분리와 화자 인식 기능을 통해 대사와 연기 타이밍을 정확히 분석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비브리지는 발화자의 목소리를 구현하면서 언어만 외국어로 더빙해주는 ‘AI 더빙 솔루션’으로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를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도 자체 AI 더빙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해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자동 번역 및 더빙 기능을 추가했다. 메타는 지난 19일 숏폼 ‘릴스’ 콘텐츠를 자동 더빙하고, 입 모양까지 동기화해주는 ‘메타 AI 번역’ 기능을 일부 지역에서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어스는 전 세계 AI 더빙 도구 시장이 2023년 7억9430만 달러(약 1조1000억원)에서 2033년 29억1890만 달러(4조400억원)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