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소주·도토리현 맥주, 한·일 화합 만찬…日 “기쁜 서프라이즈”

입력 2025-08-24 11:59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서로의 고향 특산물인 안동소주와 일본 도토리현 맥주를 나눠 마시며 교분을 다졌다. 이 대통령 취임 두 달만의 방일과 셔틀외교 재개에 일본에선 “기쁜 서프라이즈”란 반응이 나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이 대통령 내외와 이시바 총리 내외가 함께한 친교 만찬 분위기를 전했다. 위 실장은 “일본 측이 만찬을 통해 한국을 배려하는 모습이 관찰됐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일본 측은 이 대통령 고향인 안동 특산물인 안동 소주와 이시바 총리 고향인 도토리현의 다이산 맥주를 나란히 배치했다고 한다. 위 실장은 “한·일 간 협력, 화해, 화합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음식으론 안동 찜닭과 김치를 고명으로 올린 장어구이, 해조류 등 한국식 음식이 다수 제공됐다. 일본 측은 안동의 관광명소인 하회마을 사진을 제시하며 대화를 이끌었다고 한다.

이시바 총리가 대학 시절 4년 내내 먹었다는 ‘이시바식 카레’도 곁들여졌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일본 유명 걸그룹인 ‘캔디즈’의 노래를 들으며 카레를 먹는 청년 이시바 총리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양 정상은 만찬 중 주류 정치인이 아님에도 역경을 딛고 국민 선택을 받았다는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위 실장은 “두 정상은 지방 발전에 큰 관심을 가졌고, 어려운 상황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주류를 향해 과감히 할 말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만찬에선 이시바 총리가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보내는 문자에 답장을 하느라 너무 바쁘고 잠을 못 잔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나도 문자를 보내느라 바쁘지만, 난 주로 일을 시키는 편”이라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의 자전적 대담집인 ‘그 꿈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의 일본어 번역판을 직접 가져와 이 대통령에 사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양 정상 내외는 공식 만찬이 끝난 뒤 일본식 다다미방이 있는 ‘화실’에서 식후주를 함께하며 친분을 다졌다.

이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셔틀외교가 복원된 데 대해 일본에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위 실장은 “일본 언론에 따르면 보수 정권에서도 전례가 없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 발언이 있었다”며 “일본 언론에는 ‘기쁜 서프라이즈’라는 표현도 나왔다”고 전했다.

김혜경 여사는 이날 일본 메지로대 한국어학과를 찾아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메지로대는 2005년 한국어과를 개설해 2027년 일본 최초 한국학부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김 여사는 “한·일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며 “청년들이 공통의 언어를 매개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한일 관계 발전에도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환 기자, 도쿄=최승욱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