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불볕더위와 홍수, 가뭄과 산불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특히 동아시아 내륙 깊숙한 곳, 몽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6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1.2도 상승하는 동안 몽골은 무려 2.1도나 올랐다. 그 결과 1990년대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하던 사막은 78%까지 확대됐고, 몽골 인구의 20%가 환경 난민이 되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런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한국의 한 교회가 새로운 선교의 길을 열고 있다. 창립 135주년을 맞은 중앙감리교회(이형노 목사)가 사막화된 몽골 땅에 심은 471그루의 나무가 그 시작이다.
중앙감리교회는 최근 4박 5일 일정으로 진행된 몽골 기후환경 선교여행에서 ‘중앙감리교회 135주년 기념 숲’을 조성했다고 23일 밝혔다. ㈔나무가심는내일(이사장 변재운)이 조성하는 ‘한국교회의 숲’ 내에 세워진 이 숲은 ‘한 성도 한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으로 모아진 정성의 결실이다.
지난 12일 울란바토르 서쪽 100㎞ 떨어진 투브아이막 바양항가이 솜. 선교팀 12명의 손에는 471그루의 비타민나무 묘목이 들려있었다. 메마른 초원과 갈라진 땅을 목격한 성도들의 얼굴에는 충격과 함께 사명감이 스며들었다.
“몽골 하면 별과 대자연을 떠올렸는데, 이렇게까지 망가진 현실을 보니 충격이었습니다.” 한 참가자의 고백처럼 현실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하지만 성도들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굳은 땅을 파고 묘목을 곧게 세우는 손길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겼고, 흙을 덮고 물을 주는 작은 동작마다 이 나무가 꼭 살아남아 숲을 이루길 바라는 기도가 묻어났다.
조재용 장로는 “우리가 심은 나무가 큰 숲을 이뤄서 시편의 말씀처럼 푸른 풀밭과 쉴만한 물가가 되어 이 땅에 환경이 변화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중앙감리교회는 1890년 아펜젤러 선교사의 기도로 종로에서 시작된 유서 깊은 교회다. 종로여자소학교와 종로유치원을 세워 근대 어린이 교육에 이바지했고, 중앙대학교의 뿌리가 된 중앙보육학교를 운영하며 학원 선교에도 앞장섰다. 3·1운동 당시에는 김창준 전도사와 박희도 전도사가 민족대표 33인에 참여하며 민족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다.
1926년 가우처 기념 예배당을 건축하고 1930년 교회명을 ‘중앙교회’로 바꿨다. 1983년 종로 인사동에 하나로빌딩을 완공하고 오늘의 성전을 봉헌했다. 국내외 선교, 도심 선교, 학원 선교와 함께 봉사와 구제 사역을 이어오며 한국교회의 역사 속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겨온 교회다.
창립 135년을 맞이한 중앙감리교회는 새로운 선교 비전을 선포했다.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교회를 세우는 선교에서 숲을 세우는 선교로’라는 전환을 통해 기후환경선교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한국교회의 숲’ 프로젝트는 단순한 나무 심기가 아니다. 생태계를 회복하고, 유실수 재배와 영농 기반을 통해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통합적 선교 모델이다.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땅을 살리는 동시에 복음을 전하는 새로운 길이 되고 있다.
선교팀은 울란바토르 북쪽 칭겔테 지역의 아리옹게게교회도 방문했다. 몽골 민주화 직후 세워진 최초의 감리교회인 이 교회는 빈곤 지역에서 교육과 구제 사역을 이어가며 기후난민들을 돌보고 있다. 중앙교회와 아리옹게게교회는 선교의 비전을 나누며 향후 지속적인 협력과 기도의 동역을 다짐했다.
이형노 중앙감리교회 목사는 “한국교회의 숲은 단순한 숲 가꾸기가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도구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절실한 선교의 모습”이라며 “이번 중앙교회 기념 숲이 한국교회 전체의 새로운 선교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종우 나무가심는내일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선교의 10%만 기후환경선교에 헌신해도, 지구적 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