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트럼프 정치보복 선 넘었다”… FBI,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압수수색

입력 2025-08-23 15:14 수정 2025-08-23 15: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미 언론은 일제히 “트럼프의 정치보복이 선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22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FBI는 이날 볼턴의 메릴랜드주 자택과 워싱턴주 사무실을 급습해 서류 등을 압수했다. 볼턴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안보보좌관을 지내다 트럼프와 충돌해 재직 17개월 만인 2019년 9월 경질된 인물이다. 이후 볼턴은 트럼프 저격수로 변신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강하게 비판해 트럼프가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압수수색 전날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를 굴복시켰다고 논평했다.

FBI는 볼턴이 트럼프 행정부에 해를 끼치려는 의도로 언론 등에 국가 안보 정보를 부적절하게 유출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수년 전부터 볼턴이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고 주장했고 올해 1월 취임 이후엔 볼턴에 대한 정부 경호를 중단시켰다. 그동안 볼턴은 대(對)이란 강경 정책을 주도한 탓에 이란의 암살 위협에 노출돼 비밀경호국의 경호를 받고 있었다.

미 언론은 볼턴 수사가 ‘정치보복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수사는 비판자를 겨냥한 트럼프 보복 캠페인의 새로운 장”이라며 “백악관과 법무부, FBI 내의 충성파들은 ‘침묵하라, 그렇지 않으면 연방 법집행 기관의 막강한 권력을 동원해 당신의 직위나 자유를 위협하고 영원히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 조사가 러티샤 제임스 전 뉴욕주 검찰총장, 애덤 쉬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존 브레넌 전 CIA 국장 등 트럼프 비판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WP는 사설에서 “볼턴을 표적으로 삼은 FBI의 습격은 트럼프의 복수 작전에서도 선을 넘은 일”이라며 “이 사례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들을 법집행 기관 수장에 배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NBC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압수수색 영장의 근거가 된 첩보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캐시 파텔 FBI 국장에게 제공했다고 보도됐다. 한때 미국의 안보사령탑을 지낸 인사를 잡는 데 미국의 양대 정보기관이 협력한 셈이다.

트럼프가 정치 보복을 할 다음 타깃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미 법무부는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를 돕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를 오바마 행정부가 조작했는지 확인하는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트럼프는 이날 “볼턴은 정말 저급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볼턴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볼턴이 매우 비애국적인 인물이라는 증거가 발견될 수 있다”고 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