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전 정부 위안부 합의, 뒤집을 수 없다”…일 언론 인터뷰서 밝혀

입력 2025-08-23 08:15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정상회담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AP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강제징용·위안부 문제에 관해 기존 정부의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에 대해선 “우리 국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2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아사히·마이니치·닛케이·산케이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임 대통령도 국민이 뽑은 국가의 대표여서 그들이 합의하거나 이미 한 국가 정책을 쉽게 뒤집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윤석열 정부가 ‘3자 변제’로 배상을 마무리하기로 해 국민 반발이 거셌던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피해자와 유족의 입장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양국 간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동력을 담보할 수 있다. 사과는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지하게 진심으로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조치에 대해선 “수입규제 철폐를 위해선 일본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장관은 최근 방한해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한일 양국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오랜 기간 굴곡진 역사를 공유했다. 해결에 이르지 못한 여러 문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문제에 너무 몰입돼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만들어 나갈 역사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자세”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이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육십갑자라는 말이 있듯이 60년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의미”라며 “다가올 60년도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토대를 만들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각국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했었다.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도 가장 먼저 양자 회담을 하는 등 일본에 공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일본은 지리적으로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며 “저출생, 고령화, 수도 과밀 문제 등 새롭게 직면한 도전에 대해 경험과 대책을 함께 고민하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인구구조 문제의 경우 정부 차원의 정책 발굴과 함께 민간 차원에서도 인공지능(AI) 활용, 에이지 테크(Age-Tech) 등을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양국의 공조 필요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①정상 차원 셔틀 외교 ②통상·경제안보·공급망·신에너지·기후변화 등 핵심 분야별 정부 협력 ③민간 차원의 실질 교류·협력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은 지금까지의 무역·투자·교류 정도의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의 경제협력기구를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