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분식회계로 손해를 입었다며 국민연금이 제기한 소송에서 400억원이 넘는 한화오션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소송 시작 약 8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14일 국민연금공단이 한화오션과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민연금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한화오션이 국민연금에게 441억원을, 그중 147억원을 안진회계법인이 공동해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민연금은 2014년 4월~2015년 3월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회사채를 3600억원 상당 매입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사업 과정에서 입은 2조원대 누적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연금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 재무제표에 분식회계가 발생해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 측은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매입한 회사채 3600억원의 실제 가치가 약 2866억원 수준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차액만큼인 736억원을 손해액으로 책정했다.
1심은 국민연금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화오션이 약 515억여원을, 그중 220억여원을 안진회계법인이 공동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한화오션은 2012·2013년 재무제표에 중요사항인 자기자본,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하는 내용의 거짓기재를 하고 증권보고서 등에 포함시켰다”며 “국민연금이 이 사건 증권보고서 등을 진실한 것으로 믿고 회사채를 취득했다는 거래인과관계는 사실상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도 한화오션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2심은 한화오션에 전체 손해의 60%, 안진회계법인에 20%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금액을 일부 조정했다. 한화오션 측은 2심에서 국민연금이 2017년 4월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보유 회사채의 출자전환, 만기 연장, 이자율 인하 등을 결의하며 사실상 손해배상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은 “이 사건 결의만으로 국민연금이 손해배상채권을 포기 또는 면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