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 파병군 유족 껴안고 눈물… “불만 잠재우기”

입력 2025-08-22 15:1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외작전에서 희생된 병사들을 추모하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조선중앙TV화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파병군 유족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등 파병 보낸 병사들을 영웅 취급하며 극진한 대접에 나섰다. 북한 내부에서 파병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것을 우려해 내부 민심을 다잡고 사기를 북돋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러시아를 향해 본인들의 입지를 부각하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해외작전부대 지휘관, 전투원들에 대한 국가표창수여식을 진행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해외작전부대는 러시아에 파병을 보낸 부대를 말한다. 북한이 파병 사실을 공개한 것은 지난 4월 28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서면 입장문, 6월 30일 전사자 유해 송환 영상 공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김 위원장은 수여식 연설에서 “이제는 어느 나라 군대든 우리 군대와 맞붙으면 무주고혼(의지할 곳이 없어 떠도는 죽은 영혼)의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세계전쟁사의 사변”이라고 파병군을 치켜세웠다. 해외작전부대를 ‘영웅 중의 영웅들’ ‘영웅부대’ ‘영웅군대’ ‘영웅적인 위훈자’ 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에서 6·25전쟁 영웅으로 대우받는 리수복, 강호영, 조군실 등을 언급하며 “(이들을) 능가하는 수백, 수천의 영웅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수여식에는 참전 지휘관과 전투원, 전사자 유족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위훈을 세운 부대원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하고 공개된 전사자 101명의 초상화 옆에는 공화국 영웅 메달을 달아줬다. 또 추모의 벽에 헌화한 유족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전사자 자녀로 추정되는 아이를 끌어안고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축하공연에도 참석했으며 공연 중에 눈물을 흘렸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극진히 예우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로와 위훈을 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대적 보훈 행사를 통해 파병군을 치켜세운 건 러시아 파병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수여식 연설에서 러시아 파병을 “조국의 운명과 장래를 위해 당과 정부가 내린 정치적 결단”이라며 “승리적 종결”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러시아 관계자가 없는 걸 보면 내부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 같다”며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에 앞서 본인들의 참전을 강조해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쿠르스크 영토 해방에 기여한 동무들의 정신세계”라고 말하는 등 러시아 영토 내에서의 파병군 업적과 희생을 언급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러시아 쿠르스크라는 지역을 직접 언급하는 표현을 보면 자신들의 성과나 공로에 대해 러시아에 어필하려는 의도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러·우 간 종전 협상에 있어서 본인들이 소외되는 것에 서운함을 내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